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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pr 10. 2024

디 에센셜: 프란츠 카프카

실종자와 단편, 그리고 편지

민음사에서 이 책을 보내주셨다. 카프카의 책은 변신밖에 읽지 않았지만 관심있는 작가라 반가웠다. 이 책은 실종자라는 장편소설과 그 이야기와 이어진 미완성 단편들, 그리고 또 다른 단편들과 여러 편지들을 모은 것이다.


실종자는 17세의 카를 로스만이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그를 유혹하는 하녀에게 아이를 갖게 하면서 미국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미국으로 가는 배에서부터 낯선 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일종의 로드 무비 같은 모험 이야기이다. 배에서 우산을 찾으러 가다가 길을 잃은 카를은 화부를 만나 그를 변호하던 중 외삼촌 야코프를 우연히 만나고 그의 집으로 따라간다. 그동안 받아보지 못한 융숭한 대접과 영어교육, 심지어 승마까지 배우던 그는 외삼촌의 뜻을 어기는 바람에 쫓겨난다. 로빈슨과 들라마르슈의 방에서 묵으면서 그들과 길을 떠나지만 이들과의 만남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호텔 주방장의 소개로 엘리베이터 보이가 되어 성실히 일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표지에 카프카의 얼굴이 그려져 있어서인지 카를이 왠지 카프카의 분신처럼 여겨졌다. 어리숙하고, 남을 잘 믿는 그는 정직하고, 성실함에도 나쁜 일에 자꾸 휘말린다. 타고난 이야기꾼 카프카는 속 터지는 이야기임에도 뒤가 궁금해 두꺼운 책을 계속 들고 있게 만든다. 뒤에 이어지는 미완성 단편들로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했을 작가의 흔적이 느껴졌다. 부모에게서 멀어지고, 외삼촌에게 쫓겨나고, 호텔에서도 해고당한 그는 점점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상실해 가고 급기야 자유를 빼앗긴 하인 취급을 받기에 이른다. 


여러 단편들 역시 미완의 느낌인 것이 많았다. 소재가 정말 다양해 많은 시도를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이야기도 있고, 조금 분량이 있는 것도 있었다. ‘유형지에서’나 ‘단식 광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의 끔찍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법 바깥의 존재인 가수 요제피네의 만행도 난해하다. 그에 비하면 연인과 친구, 그리고 가족에게 보낸 그의 편지들에서는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었다. 사귀던 여성들과 결국 헤어지고, 결국 신경쇠약과 병으로 마지막을 요양하며 보낸 작가의 생이 안쓰럽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커피를 들이키며 글을 써 건강을 해친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가 그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승승장구하는 주인공들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쓴 작가의 마음 한구석에 그들과 같은 소외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의 다른 책 ‘소송’과 ‘시골의사’도 읽어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c_e4wdnrHcw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이 책은 교보문고 특별판이라 교보문고에서만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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