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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pr 15. 2024

<<샤이닝>> 숲 속의 빛 - 욘 포세

노벨상 수상작가의 책이다.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느낌을 이 책에서도 받았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가의 7부작 내내 마침표가 없었고, 이 책에는 마침표는 있는데 물음표가 없다. 어쩌면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독특한 시도를 용기 있게 할 수 있는 건 내용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구두점을 생략하는 데 작가가 부여한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독자인 내가 깊이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화자는 어느 날 기분 좋게 운전을 하다 지루함을 느끼며 오른쪽, 왼쪽으로 꺾다 숲에 들어가게 된다. 뒤로 갈 수도, 차를 돌릴 수도 없는 곳에 이르러 그는 누군가 도와줄 사람을 찾아 나선다. 눈가지 내리기 시작하는 추운 늦가을 그는 좌절도 느끼지만 희망을 가지고 숲을 헤맨다. 그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책을 읽으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핸드폰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요즘 세상에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핸드폰이 없을 리가 없고, 아무리 숲이라지만 전화가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언급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 그래서 어렴풋이 짐작했다. 무언가 일상적인 일은 아니구나. 숲을 걸어 다니던 그에게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 환한 빛을 보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었기에 이런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고 리뷰를 쓴 것을 보았다. 짧아서 접하기 좋았고, 1인칭 화자가 겪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면 되어 복잡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독자는 짐작한다. 어느새 확신이 들게 하는 순간, 아침과 저녁에서 느꼈던 깨달음의 순간들이 나에겐 있었다.


뒤에 실린 노벨상 수상 기념 연설문에서 그가 글을 쓰게 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 남들 앞에서 책을 읽지 못할 만큼 소심했던 작가는 글을 쓰며 안정감을 느낀다. 시를 쓰고, 희곡을 쓰다 소설에 이르게 된 이야기, 그리고 그가 글을 쓰는 것은 귀를 기울이는 일이라고 말하였다. 사전 준비나 계획 없이 오직 듣기만 하는 것. 침묵의 언어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의미라는 것은 그런 과정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의 전작인 3부작과 7부작을 만나면 침묵의 언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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