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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y 01. 2024

짧은 강연과 연주

어제 연구년 봄 세미나가 있었다. 공동연구 계획에 대한 발표 자리였다. 하루종일 진행된 행사 끝에 재능기부 강연으로 연주와 짧은 강연을 했다. 내 생애에 또 처음 있는 일이라 기록해 본다.


연구사님이 몇 주 전 혹시 재능기부 가능한 것 있으면 메시지 달라는 공지를 보내셨다. 고민하다가 소그룹에서 한두 곡 연주하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 망설이다 신청했다. 총 여섯 분이 답을 했다고 한다. 그중 내가 첫 시작을 연 것이다. 봄에 바이올린이 어울릴 것 같아 부탁했다고 하신다. 전체 앞에서 해야 해서 걱정되긴 했지만 북토크 직전이라 연습 삼아 하겠다고 했다. 북토크에서 할 이야기를 조금 바꿔  발표 자료를 만들고, 틈 나는 대로 연습을 했다. 세미나 내내 시경이 쓰였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대강당에 미리 내려가 발표자료를 컴퓨터에 옮기고 연습을 조금 했다.


세 시가 다 되어 가니 선생님들이 속속 들어와 대강당을 채웠다. 우리 분임 선생님들이 오셔서 힘내라고 응원을 해 주셨다. 시간이 되어 소개를 받고 무대로 갔다. 긴장되긴 했지만 그리 떨리진 않았다. 연주를 먼저 하고 자기소개부터 태권도와 바이올린에 몰입하면서 삶의 무게를 덜어낸 이야기를 했다. 원래 읽으려고 적어 왔는데 보면대에 올려둔 바람에 그냥 생각 나는 대로 이야기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하고 싶었던 말들 중 못한 것도 있었다. 북토크 때는 키워드만 적어 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주는 평소보다 훨씬 잘 안 되었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호응이 너무 좋았다. 우리 분임 선생님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시며 큰 응원을 해 주셔서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때는 잘한 줄 알았는데 영상을 보니 평소에 녹음해서 들어본 거랑 소리가 달랐다. 그래도 큰 실수 없이 무사히 연주를 마쳤다. 끝난 후에 어떤 선생님이 몸이 안 좋았는데 연주를 듣고 편안해졌다며 음악의 힘을 깨달았다고 하셔서 너무 감동받았다. 어떤 분은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어 사 두었는데 얼마나 하면 이 정도 할 수 있느냐고 물으셔서 응원했다.


긴장되긴 했지만 생애 최초로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칭찬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점점 나아지겠지. 북토크는 더 여유 있게 말하고 연주도 더 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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