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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y 13. 2024

<<나의 돈키호테>> 추억 소환 - 김호연

내 북토크 날 북바이북에서 있을 16일 목요일 김호연 작가님의 북토크 신청을 했었다. 신간인 ‘나의 돈키호테’를 구입해 가져와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표지 그림에 학생들이 그려져 있어 청소년 소설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서른이 된 여성 진솔이 주인공이었다. 김호연 작가님은 여성의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그려내시는지 신기하다.


방송 PD로 온갖 힘든 일들을 해내던 솔이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든 프로그램이 잘되었음에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일에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전 엄마 집으로 온다. 고향이라기엔 짧은 시간을 보낸 곳이지만 이곳에는 그녀를 위로하던 공간이 있었으니, 바로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다. 비디오테이프와 책을 빌려보던 시절, 그녀는 그곳에서 사장님인 돈아저씨와 또래 다섯 명이 라만차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영화와 책을 이야기하고 여행도 다니며 추억을 만들었다. 15년이 흐른 후 다시 찾은 그곳은 카페로 바뀌었고, 아저씨는 사라졌으며, 지하에 아저씨의 자취만 남아있었다.


방송 PD의 재능을 살려 그녀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아버지를 찾아야 하는 돈아저씨의 아들 한빈과 함께 돈아저씨의 행적을 찾는 방송을 시작한다. 추억의 영화,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돈아저씨를 추적할수록 아저씨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고, 구독자(아미고)도 늘어 간다. 아저씨를 결국 찾아낼 수 있을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9년 전 인문학 모임 책으로 읽었다. 두 권 중 시공사에서 나온 1편만 읽었었다. 산초 판사가 사실은 판사가 아니라 농부라는 것(판사는 그의 성), 등장인물이 659명이라는 것, 계속되는 여정과 고난, 그를 지키는 산초,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버무려져 어지럽긴 했지만 웃음과 탄성이 터져 나오는 부분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을 읽고 몇 달 후 뮤지컬로 다시 만나기도 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두 권의 돈키호테를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솔이가 첫 방송에서 소개한 ‘굿 윌 헌팅’이 넷플릭스에 있어 책을 다 읽고 바로 보았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그동안 보지 않았었다니. 숨은 보물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의 비디오 가게와 책 대여점은 나에게 정말 보물찾기 장소였다. 지금은 도서관이 그런 곳이지만 당시에만 해도 공공도서관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돋았다. 비디오 되감는 기계나 헤드 클리너는 수십 년 만에 처음 듣는 것 같다. 짧은 동안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책의 모험적인 요소도 좋지만 주인공들이 뱉는 대사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키득거리며 읽었다. 불편한 편의점에서도 느낀 것인데 이 책에서 업그레이드된 것 같았다. 작가도 글을 쓰면 쓸수록 더 좋은 글을 쓰나 보다. 조만간 만나게 될 작가님이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할지 궁금하다. 세르반테스를 찾아 스페인에 가는 부분을 읽으며 요즘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다녀오는 스페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추억을 소환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영감을 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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