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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y 20. 2024

<<바그너>> 다시 만나고픈 오페라 - 롤프 슈나이더

2016년 7월 탄호이저 오페라단테 공연을 관람했다. 나에게 너무나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동안 보았던 연주회나 오페라와는 다른 감동이 있었다. 베누스의 유혹에 빠져 지내던 음유시인 탄호이저가 세상의 고통이 그리워 인간세계로 왔다가 엘리자베트를 만난 후 참회를 하러 로마에 가지만 죄를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다시 베누스에게 간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다 죽은 엘리자베트의 소식을 듣게 되고 그 또한 죽음에 이른다는 이야기였다. 애절한 사랑과 참회, 유혹이 환상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인터미션이 두 번이나 있었던 네 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먼진 연주와 100명이 넘는 연합 합창단의 목소리에 넋이 나갈 정도였고, 테마 부분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묵직해지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콘서바토리 피아노 부전공 과제로 바그너를 택한 이유이다. 그의 탄호이저 서곡을 리스트가 피아노곡으로 만들었다. 바그너에 대해 알아보느라 이 책을 빌려와 읽었다.


바그너는 호불호가 명확한 작곡가이다. 내가 푹 빠진 건 유럽 전역의 이야기들과 성경까지 가미한 명작 대본을 직접 쓰고 웅장한 곡을 써 오페라를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렸다는 것이다. 그가 오랜 세월 빚으로 시달렸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빚에 짓눌린 고통 중에 이렇게 아름다운 오페라를 쓰고 작곡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의 반유대적인 발언이나 저서로 인해 이스라엘에서는 작곡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이 씌어 있었다. 실제로 히틀러가 바그너의 곡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자신을 만들어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아마추어적인 요소는 오히려 수많은 노력과 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순진함과 오류, 실수를 동시에 보인다. 1848~40년 시민혁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작센 왕자의 체포령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스위스로 도피한다. (서문 독일 역사의 위대한 딜레마 바그너 중)


책도 엄청 많이 읽었다고 하며 그의 저서에는 허풍도 담겨 있다고 한다. 그의 오페라에는 소설이나 그리스 신화, 설화, 성경에서 가져온 내용이 녹아있다. 그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첫 작품은 그의 세 번째 악곡인 ‘리엔치’였다. 글을 쓰고 작곡을 했던 그는 바이로이트 축제극장(1875년 설계, 객석 1,800석 규모, 객석에서 보이지 않게 악단 자리가 아래로 파여 있고, 객석의자는 지그재그로 되어 있으며 서민을 위한 입석도 마련)을 직접 설계하기도 한다. 다른 극장과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혁신적이었던 이 극장에서 그는 ‘니벨룽겐의 반지’와 ‘파르지팔’을 초연했다. 당시에 시작된 ‘바그네리안(Wagnerian) 음악축제’는 지금까지 매년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열린다고 한다.


토마스만은 이렇게 그를 찬미했다. “극장에 가득 찬 관객들 사이에서 혼자만 느낄 수 있는 깊은 행복과 황홀경, 두려움과 순간적 희열로 가득한 시간들, 지적 충만감과 긴장으로 가득한 시간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다. 이것은 정말 놀랍고, 경이롭고, 끝없이 감동스러운 창조자의 인생이다.” 탄호이저를 관람한 나의 마음과 같았다. 탄호이저는 1200년 이후 바이에른에서 태어나 1270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실제 인물로 민네쟁어 Minnesanger(연애시인)였다. 탄호이저는 1845년 드레스덴에서 처음 공연되었으나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는 가사와 음악을 수정하여 1849년 프란츠 리스트가 수정판을 바이마르에서 다시 무대에 올려 유명해진다.


바그너의 오페라 중 ‘로엔그린’을 낡은 오페라의 시대를 끝내는 작품이라고 리스트가 말했다고 한다. 오페라는 아리아, 합창, 서창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 이 방식이 무시되고 모든 것이 섞여서 흘러가며 장엄한 음색의 효과를 끌어낸 관현악법 또한 음악 역사에 남을 탁월한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98쪽) 바그너의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악극은 ‘니벨룽겐의 반지’이다. 바그너 인생의 절반(거의 삼십 년)을 함께하며 그의 세계관과 음악관이 모두 어우러진 총체적 작품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처음부터 대작은 아니었으나 점점 추가되고 바뀌며 큰 악극이 되었다. (185쪽)


책을 읽으며 소개되는 오페라 곡들을 감상했다. 귀에 익숙한 탄호이저 서곡이나 순례자의 합창이 가장 감동적이긴 하지만 그가 쓴 다른 곡들도 웅장하고 멋있었다. 바그너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리스트의 딸과의 결혼 등)을 알 수 있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바그너의 오페라들을 하나씩 보고 싶다. 탄호이저도 꼭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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