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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y 30. 2024

연습 안 한 티

연주회 끝나고 연습을 안 하고 있다가 오늘 호되게 연습 부족을 느끼는 일이 있었다. 요즘은 왜 이렇게 분주한지 할 일들은 싸여 가고 시간이 부족한 날들이 이어진다. 목요일 실내악 수업 때 전체 앞에서 한 번씩 해 본다는 말을 듣고도 잊어버렸다. 화요일에는 다른 곡 연습으로 열을 내고, 수요일에는 엄마 모시고 병원 가느라 새벽에 나갔다가 교육청 출장 마치고 들어오니 밤 10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연습을 몇 번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손도 꿈쩍하기 싫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다 잠이 들었다.


피아노 부전공 연습을 먼저 하고, 수업을 조금 앞두고 연습을 몇 번 했다. 중간고사 친 다음부터 했어야 했는데 앞부분을 더 집중했더니 교수님이 뒷부분만 하라고 하셔서 어쩌지 싶었다. 저번보다 나아야 하는데… 나를 보는 눈들이 느껴졌다. 중간에 들어가는 부분이 평소에 자신 없어하던 부분이어서 처음부터 틀려 다시 했다. 너무 창피했다. 메인활로 했어야 했는데 세컨 활이 요즘 소리가 좋다는 생각에 계속 쓰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그걸로 했더니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아마도 그건 활 때문이 아닌지도 모른다. 무사히 마치긴 했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80이 넘은 요즘에도 10시간 이상 연습한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10시간까진 아니어도 연주회 준비할 때처럼 열심히 연습해 기말 실기는 잘해야겠다.


바로 다음 부전공 피아노는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인데도 연급을 많이 못 해 죄송했다. 친절한 교수님 덕분에 웃으며 레슨 받다 보니 실내악 수업에서 망친 기억이 아주 조금 옅어졌다. 연습실에서 연습을 조금 더 하다가 고픈 배를 부여잡고 요즘 자주 들르는 규동집(맛있는 규동 먹을 생각으로 열심히 연습했다)에 갔더니 학생들로 가득해 자리가 없어서 나왔다. 매콤한 걸 먹으며 기분을 바꿔 보려 짜장면 대신 오랜만에 짬뽕을 시켰는데 맛이 없었다. 학교 주차권을 거의 다 사용해서 들어오는 길에 사러 갔더니 점심시간이라 문이 잠겨 있었다. 안 좋은 일의 연속인 이런 날은 뭘로 달래야 하나?


아! 좋은 것 하나 있다. 그 덕분에 글 하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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