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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un 23. 2024

태권도원 첫 날 - 스포츠 지도사 2급 구술실기 준비

한번 봐 보자고 응시했던 스포츠 지도사 2급 필기시험에 덜컥 합격하고 한 달 여를 구술, 실기 시험에 매진했다. 바쁜 와중에 도장 간 동안 최선을 다해 실기준비를 했고, 구술시험 대비용 책을 사서 녹음해 듣고 다니다가 얼마 전에는 안 외워지는 것만 따로 공책에 적고, 인터넷에 떠도는 족보를 추가했다. 전문적인 대회 규정이나 품새의 자세한 부분은 너무 외우기가 어려웠다. 자꾸 듣고 읽으면 문제에 뭐라도 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짬 날 때마다 듣고 외웠다. (이렇게나 안 외워질 줄이야.)


화요일 오후에 무주 태권도원에서 구술 실기 시험이 있어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남편과 점심으로 칼국수와 만두를 잔뜩 먹고 바로 출발했다. 원래 세 시간 반 걸린다고 나왔는데 중간에 두 번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네 시간 반이 걸려 6시 40분쯤 도원에 도착했다. 시험 보러 가는 건데도 마음이 설레었다. 처음 가는 곳이기도 하고, 가는 동안 보이는 태권도 상징물들이 반가워서 그런 것 같다. 도약센터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시험 치는 사람들은 할인이 많이 되어 저렴하게 이틀 숙박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 숙소로 올라가니 깔끔하고 쾌적했다. 책상과 의자가 있어 마음에 쏙 들었다.


식당이 끝난 시간인 데다 오는 동안 호두과자 세 개와 쿠키를 커피와 함께 먹었더니 배가 고프지 않아 짐을 내려놓고 도복과 미트를 챙겨 바로 도약센터 4층으로 갔다. 대수련실 1, 2 중 1로 들어갔더니 남자 두 분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어 나도 그냥 입고 간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창피해서 쭈뼛쭈뼛하다가 나중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열심히 연습했다. 거울이 있었지만 구석에서 반대로 보고 기본 동작과 품새를 했다가 서서히 용기를 내어 점점 거울 쪽으로 다가갔다. 광주대학교 여학생 두 명이 도복을 입고 들어왔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인 나는 조금 창피한 마음이었다. 나중에 오는 분들 대부분 바지는 도복을 입었다. 내일은 바지만이라도 도복으로 입고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품새는 이제 거의 외워서 괜찮은데 후려차기와 미트 발차기가 걱정되었다. 품새를 4장부터 태백까지, 그리고 태백부터 다시 4장까지 서너 번 반복했다. 중간에 기본 지르기와 발차기, 그리고 미트 발차기도 했다. 다들 둘씩 짝을 맞춰 들어오는데 나만 혼자여서 허공에 계속 차다가 안 되겠다 싶어 쉬고 있는 여대생들에게 혹시 나중에 짬 나면 미트 발차기를 같이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말해 보길 정말 잘했다. 미트 잡는 건 요즘 해본 적이 없이 발차기만 연습했던 터라 처음에는 감이 하나도 없어서 실수 연발이었다. 외우지도 못해 여학생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미소가 아름다운 여대생들이 개의치 않고 친절하게 잘 알려주어 고마웠다. 미트 발차기가 총 4단계까지 있는데 3단계 마칠 지음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젖 먹던 힘까지 내어 4단계까지 했다. 중간에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하겠다.


두 번 잡아 보니 느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마지막에 다들 가고 남자 두 분만 남아있을 때 마지막으로 미트 잡는 거라도 연습하자 싶어 혼자 미트를 쥐고 왼, 오, 오, 왼… 하고 중얼거리며 미트를 쥐고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 한 분이 오셔서 발차기 차 드릴까요, 하고 물으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아까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설퍼서 미안했다. 마지막에는 미트를 잡아주셔서 발차기도 한 번 했다. 끝나고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은 전문지도사 자격시험이 있어 대부분이 전공자라고 한다. 어쩐지 다들 너무 잘하더라. 나는 화요일이라고 했더니 생활스포츠 지도사 2급 도전인 걸 알고 대단하다고 하셨다. 대부분이 2-30대이고, 내 나이는 나뿐이어서 창피하긴 했지만 그 점을 높이 평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서로 구술 연습 많이 했는지 묻다가 서로 문제 몇 개를 묻고 답하기도 했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란다고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땀에 전 옷을 빨고 샤워를 했다. 빨래건조대가 있어 편리했다. 왼쪽 발목도 조금 아프고 온몸이 뻐근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배가 조금 고프긴 한데 참아야겠다. 내일은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춰 식당에 가서 남는 밥 있는지 물어보고 밥을 꼭 먹어야지. 여기 식당은 원래 단체 예약만 미리 받아 운영되는데 남는 밥이 있으면 개인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식당에 남는 밥이 없다고 하면 주변 식당을 찾아봐야겠다. 쾌적하고 적당히 피곤해서 잠이 솔솔 잘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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