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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un 30. 2024

토요명품 - 아름다운 국악

토요일, 연구년 분임 선생님들과 국립국악원을 찾았다. 예술의 전당을 그렇게 가면서 보기는 했지만 들어가 보긴 처음이다. 지상과 지하 주차장이 다 차 있어 언덕으로 올라가 옥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려와 우면당에서 선생님들을 만났다. 교육청 연수로 내가 늦게 합류했고, 선생님들은 12시 반에 먼저 만나 미술치료 수업을 받고 점심식사 후 오신 길이었다. 캘리그래피를 하시는 선생님이 직접 쓰고 그린 부채를 선물해 주셨다. 베푸시는 마음만큼이나 아름다운 부채였다.  


밖에서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였는데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니 객석이 가득 찼다. 무대에는 작은 화문석이 있었다. 국악에 관심이 많으시고 한국무용을 전문가처럼 하시는 분이 춘앵전은 그 위에서만 추는 춤이라고 하셨다. 그 작은 돗자리 위에서만 춤을 춘다니 신기했다. 춘앵전은 봄날 아침 버드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를 묘사한 궁중무용이라고 한다. 꾀꼬리를 상징한다는 앵삼이 예뻤다. 뒤에 앉은 악사들의 표정까지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무용수의 인형 같은 미소가 압권이었다. 생황, 단소, 양금, 아쟁의 수룡음도 환상적이었다. 영상으로만 보았던 악기들의 실제 연주를 들으니 신기했다. 양금 소리가 예뻤고, 생황 소리도 생각과 달랐다.


조선 후기에 유행하던 시조를 직접 들은 것도 좋았다. 오래전 영화에서 시조 하는 주인공들을 본 적이 있지만 시조 특유의 꺾는음과 오래 끄는 음이 어우러진 실제 시조는 정말 멋졌다. 기악합주인 신뱃노래는 심청가 이야기 중 한 부분이라고 한다. 가야금 병창은 세 분이 하셨다.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 부른다는 건 고수에게만 가능하다고 옆 선생님이 설명해 주셨다. 연륜있어 보이는 분들의 노련한 연주와 노래가 정말 멋들어졌다. 가야금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거문고 중주는 현대적인 곡이었다. 거문고 몸체를 두드리거나 브리지를 긁거나 하며 온갖 신기한 소리와 리듬을 만들어내었다. 새로운 연주 방식을 많이 연구한 모양이다. 사물과 태평소는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했다. 처음에는 다른 악기에 비해 소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익숙해졌고, 어깨와 몸이 절로 움직이는 걸 느꼈다. 영상 촬영도 가능하다고 해서 사진과 영상도 찍었다. 마지막이 축제 분위기였다. 연주가 끝나고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땡볕을 헤치며 돌아오는 길 마음이 풍성했다. 연중 토요일마다 있다는 토요명품을 다음에 또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보았던 국악기들의 매력에 빠졌다고나 할까? 교사인 내가 이제야 국악기의 공연을 처음 보다니 부끄럽기도 했다. 앞으로 국악에 관심을 갖고 자주 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연구년 선생님들 덕분에 뜻깊은 경험을 했다.


* 프로그램 소개

https://www.gugak.go.kr/site/program/performance/detail?menuid=001001001&performance_id=3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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