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었던 연합 북콘서트 (인뮤직&동백문고)

by Kelly

아침부터 무척 분주했다. 전날 부여로 장례식장 다녀오느라 11시가 넘어 들어왔다가 연구년 세미나가 있는 날이어서 새벽부터 서둘러 7시 좀 넘어 집을 나섰다. 9시 반에 등록이어서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인지 차가 엄청 막혀 도착 시간이 계속 밀리더니 10시 넘어 도착하는 것으로 나왔다. 늦는 걸 싫어하는 나는 우리 분임 선생님들께 늦을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리고 발을 동동 굴렀다. 다행히 10시 조금 넘어 도착해 들어갔는데 나보다 늦는 분들이 많아 결국 10시 20분에 발표가 시작되었다.


다섯 분의 연구에 대해 듣고 점심을 먹었다. 언제 저렇게 자세히 제대로 연구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들 하신 것을 보니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우리 분임 선생님들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콘서트를 하는 날이어서 연구년 세미나 중간에 나온 적은 처음이다. 6월엔가 연구사님께 미리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해놓은 터라 분임 선생님들께 말씀드리고 오후 일정 중간에 살짝 빠져나왔다.


북콘서트 리허설까지 시간이 좀 남아 근처 연습실에서 손이라도 풀고 가려고 예약을 하고는 네 개의 건물 중 길을 잘못 들어 엄청 시간을 낭비하고 땀은 땀대로 흘리며 겨우 연습실에 들어가 15분쯤 연습하고 바로 나와 콘서트 장소인 동백문고로 향했다. 서둘러 왔는데 아직 아무도 안 계셨다. 그럴 줄 알았으면 연습을 더 할 걸 그랬나? 시원한 서점에서 서가를 지나며 토크 내용을 되뇌었다. 연주보다 말할 게 더 걱정되었다.


조금 있으니 인뮤직 팀이 속속 들어오셨다. 대표님이 제일 먼저 오셔서 샌드위치를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었는데 왜 배가 고팠을까? 준비할 게 많았다. 마이크, 보면대, 의자 배치를 같이 하며 땀을 흘렸다. 순서를 보내 내가 네 명의 저자 중 내가 제일 먼저였다. 차라리 먼저 하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했다. 말하고 연주한 후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에 중학생 아이들과 같이 연주를 하며 마친다. 리허설을 잠깐 하고 관객 분들을 맞이했다. 평일인데도 열 분이 넘게 신청하셨다고 한다.


1시간짜리 내용을 5분으로 줄여 말하고 질문도 두 개 받았다. 몰입이 나에게 어떤 혜택을 주었으며 들으시는 분들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실천하시라고 했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물으셔서 매 순간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북콘서트를 보러 오셨던 콘서바토리 학우이자 한 학기 동안 엄청 친하게 지냈던 피아노학원 원장님과 대화하던 중 집안일을 시스템화해서 엄마가 없어도 돌아갈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말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되기도 했다. 토요일에 그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


나 다음 순서였던 소화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신 ‘민원지옥 SOS’ 한명숙 님이 말씀을 너무 잘하셔서 놀랐다. 대본도 없이 어떻게 청산유수로 말씀하시는지 정말 부러웠다. 출판사의 협력으로 전자책을 출판하셨고, 우수도서로도 선정되었다고 하셔서 그것도 부러웠다. 안성시청 공무원인 이송이 작가님의 ‘괜찮냐고 마흔이 물었다’를 네 아이를 키우며 시간을 쪼개어 눈물겨운 노력으로 쓰셨다고 한다. 남편이신 신영민 작가님은 ‘공무원 보고서 글쓰기’라는 어쩌면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는 책을 소개하셨다. 어찌나 스마트하신지. 경기도 교육청 공무원이기도 한 그분은 새벽 한두 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쉬운 일이 없다. 그 와중에 언제 책을 쓰셨는지 정말 다들 대단하시다.


마치고 나서는 정리를 하고 선물까지 사서 온 친구(원장님)와 밥을 먹었다. 내가 사려고 했는데 이미 결제를 끝내 놓으셨다. 집에 와서 좋아하는 앙버터 호두과자를 보내드렸다. 은혜 갚을 길이 없지만. 대화 중 얼마 전 피아노학원을 오픈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집에 들어가면 설거지가 쌓여 있고, 여전히 빨래를 혼자 다한다고 하셔서 놀랐다. 나는 전부터 설거지통 옆에 ‘설거지 안 할 사람은 먹지 마시오’라고 근 10 년을 써 두었더니 요즘 남편도, 아이들도 먹고 나면 바로 설거지를 한다. 빨래는 각자 방에서 빨래통에 모았다가 스스로 빤 지 오래되었다. 다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앞으로 학원을 계속하실 테니 가족을 집안일에 동참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가족회의 끝에 꼭 소원을 성취하시길! 학원도 점점 더 잘되셨으면 좋겠다.


집에 와서 보니 선물이 텀블러였다. 7년 전 한 선생님이 퇴임하실 때 주신 이제는 벗겨지고 찌그러진 텀블러를 아직도 애용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 컵을 자주 쓰게 될 것 같다. 너무 예쁘고 고맙다. 마실 때마다 친구 원장님 생각이 날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의미 있었던 하루다. 토요일에는 20명의 인원이 다 찼다고 한다. 전진주 악장님이 참여하시고 내가 여러 곡을 연주하게 된다. 그날 오신 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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