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친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금요일에 발레를 보러 갈 시간 되느냐고. 일찍 예매해 싸게 샀는데 다른 일이 생겼단다.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공연이었다. 발레를 본 지가 언제인가 싶다. 10년도 넘었나 보다. 호두까기 인형 이후 처음이었다. 그동안 음악회는 그렇게 다니면서도 발레는 본 적이 없다니. 나의 편식이 심한 편이다. 토요일이 북콘서트라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공연을 VIP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해서 얼른 간다고 했다. 돈으로 보내드릴까 하다가 조만간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저녁 시간이라 차가 막혀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30분 전에 도착하게 출발한 건데 늦을 뻔했다. 상반신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음악이 웅장했다.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군무가 계속되었다. 춤을 추는 몸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살 하나 없이 근육으로 이루어진 몸을 보니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짐작이 갔다. 영상과 무대장치가 결합되어 더 멋진 공연이 된 것 같다. 실수 한 번 없는 무용수들의 실력에 놀랐다. 앞부분은 현대무용과 비슷했는데 조금 지나자 발끝으로 선 발레리나들의 군무가 시작되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손끝, 눈빛까지도 마음에 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박력 있는 클럽 음악 같은 비트 있는 곡과 과감함 동작들도 많았다. 민머리 발레리노의 독무와 비가 내리는 영상이 정말 멋들어졌다.
1부가 끝나고 2부는 조금 차분했다. 피아니스트가 치는 피아노에 맞춘 발레는 음원에 맞추는 것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멋졌다. 둘이 추는 춤들이 많이 등장했다. 음악에 맡긴 채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게 정말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다.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왔어야 했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찾아보니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그린 발레라고 한다.
공연 중간에 보니 옷차림과 자세가 남다른 분들이 엄청 많아서 놀랐다. 전국의 발레리나, 발레리노가 다 모인 듯했다. 서울시 발레단의 창단 공연 중 첫 공연을 보았다는 게 뿌듯했다. 표를 주신 지인 분께 정말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야겠다. 가슴 벅찬 경험을 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월요일에 뵙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