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셨다. 저번에 그린 복숭아 말고 다른 복숭아 그림을 하나 더 그려오라고 하셨다. 그 저번 시간에 스케치한 딸기도 채색해 오기로 했다. 선생님의 그림들을 찍어 두었다가 북콘서트가 끝나고 미술학원 가기 전날에야 그림을 펼쳤다. 밤늦은 시간이라 칙칙한 그림이 되면 어쩌나 걱정하며.
그리기 시작하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왼쪽 딸기가 잘 그려진 것 같다. 복숭아의 색감 내기가 어려웠지만 선생님 그림을 보고 그리니 마음이 편안했다. 그전 주에 다른 버전으로 한 번 그려보기도 했고. 작품을 완성하니 11시 반이었다. 피곤했지만 다음날 선생님께 보여드릴 게 기대되었다. 아이들이 과제를 했을 때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복숭아를 좋아하신다는 선생님을 위해 동네 과일가게에 마지막 남은 말랑복숭아를 사 두었다 가져갔다. 그림을 그리고 보니 복숭아의 색감이 너무 예뻐 보였다. 그림을 다시 시작하면서 사물을 자세히 보게 된다. 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늘 칭찬하시는 선생님이 잘했다고 하시며 조금만 더 손보면 좋겠다고 하셔서 복숭아 색을 조금 더 칠한 후 선생님이 마무리해 주셨다.
선생님이 바나나와 모과를 그려두셨다. 노란색 연습 차원이었다. 바나나는 집에서 그리기로 하고 모과 바구니를 그렸다. 선생님이 좀 큰 종이를 주셨다.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시작했다. 첫 모과가 못생기게 표현되었지만 두 번째부턴 좀 나았다. 완성하진 못해 집에서 더 그리기로 했다. 마지막에 선생님이 유약 바르기 전 무늬를 넣자고 내가 저번에 만든 대접 같은 컵을 가져오셔서 얼른 꽃을 그렸다. 시간이 많았으면 여러 가지 색으로 정성껏 그렸을 텐데 좀 아쉽긴 했다. 바로 약속이 있어 서둘러 나왔다.
이번에는 집에서 바나나와 모과를 완성해 오는 게 과제다. 다음 주에는 인도네시아에 갈 예정이라 2주 후 앞으로는 금요일에 뵙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