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반 조금 넘어 대회장에 도착했다. 대학교 안에 있는 체육관이었다. 국내는 물론 15개국에서 모이는 선수들이 다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다. 안에 들어가니 정말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고, 계속 들어왔다. 코로나 때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범님을 만나 우리 도장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갔다가 좁아서 몸 풀기 어려울 것 같아 밖으로 나왔다. 허리가 아직 아파 오른쪽 다리를 올릴 때마다 시큰거려서 걱정되었다. 빈 곳이 보일 때마다 스트레칭을 했다. 계단에서도 하고, 코너에서도 했다. 여기저기서 도장별로 모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연습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창피한 것도 없었다. 유급자들의 대회가 먼저 있었다. 파란 띠, 빨간 띠를 맨 성인 분들이 서너 분씩 나와 경기를 했다. 옛날 생각이 나 응원을 했다.
시간이 금세 흘러 우리 차례가 되었다. 대회장 앞 스펀지 위에서 사범님과 스트레칭을 했다. 사범님이 먼저 들어가시고 나는 마지막에 불렸다. 내 나이 또래가 없어 40대와 같이 한다고 들었는데 결국 나는 혼자였다. 저번에 오셨던 사범님들이 이번에는 아이들을 인솔하느라 빠지셨다. 내가 여자 중에서는 최고령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혼자 하느라 혹시라도 동작을 잊었을 경우 보고 할 사람이 없다는 게 더 걱정되었다.
대회장에 들어가 앉아 있는 동안 옆 코트에서 남자분들의 경기가 있었다. 마지막에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손 모양이 다른 분이 열심히 품새를 하셨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이라는 방송이 나오자 관중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손뼉을 쳤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분은 끝까지 너무 잘 마무리하고 나가셨다. 집에 오다 생각하니 만나서 인터뷰라도 할 걸 그랬다 싶어 아쉬웠다.
내 차례가 되었다. 그동안 아이들과 수없이 반복했던 태극 5장과 고려를 막힘없이 했다. 허리 통증으로 올라가지 않던 앞차기가 신기하게 너무 잘 올라갔다. 대회는 대회인 것이다. 혼자였으므로 1등이었다. 다행히 점수가 다른 분들에 비해 낮지는 않았다. 마치고 바로 시상대로 가 상장과 메달을 받았다. 개회식도 보고 갈까 하다가 다음 일정이 있어 바로 집으로 향했다. 땀을 많이 흘려 샤워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저번보다 덜 떨려서 다행이다. 무도인이 되어 가는 모양이다.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