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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Sep 06. 2024

인도네시아 사랑

오래전 교회에서 인도네시아 분들과 예배를 같이 드리 적이 있다. 짧은 영어로 대화하며 찬양할 때 바이올린을 같이 연주하곤 했다. 몇 명과는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지금 다니는 교회도 인도네시아로 선교사님을 파송하고, 여러 선교사님들을 후원하고 있어 인도네시아에 언젠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오고 있었다. 항상 학기 중에 단기선교를 가는 바람에 가지 못하다가 올해는 연구년으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방문하고 방과후교실에서 어린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교사인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오래전에는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분들이 많아 인도네시아어를 배울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현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니 언어를 안 배울 수가 없을 것 같아 한 달 남짓 짬짬이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다. 유튜브로 단어를 녹음해 듣고 다니고, 패턴 책을 사서 음원을 들었다. 단기간에 쉽게 외워지진 않았지만 자꾸 들으니 익숙한 단어들이 생겼다. 인도네시아에 직접 와서 그 말을 사용하고, 아주 조금씩 아는 단어가 들리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짬짬이 계속 공부하고 싶다.


첫날은 자카르타에서 자고 다음날 폰티아낙으로 왔다. 새벽 비행기여서 잠을 조금밖에 못 잔 데다가 밀림 교회에 들어가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는 곳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페인트칠을 하고 저녁 예배를 드렸더니 몸이 피곤했다. 개척한 지 3개월 된 교회에 동네 분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아이들과 어른으로 가득 찼다. 사모님이 이런 적이 처음이라 감격하셨다고 하니 너무 기뻤다. 더운데 골방에서 우리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시느라 너무 고생이 많으셨다. 밀림 교회에서 자고 다음 날 깊이 들어가 있는 초등학교에 방문했다가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아이들이 부모님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속속 들어오는데 학교 운동장은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계단이 높아 어린아이들이 기어 올라가다시피 하는데 맨 아래 계단은 다 부서져서 뾰족한 부분이 드러나 있었다. 그럼에도 너무나 밝은 아이들과 인사하고 선물을 나눠주었는데 돌아와서도 잊히지 않고, 쓰레기라도 치워줄 걸,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선교사님은 밀림 교회를 세 개째 세우셨고, 첫 두 교회는 현지 목사님께 위임하셨다. 지금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와 시내로 유학 온 목회자 자녀를 위한 미션홈을 운영 중이시다. 남을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목사님과 사모님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다음에는 다른 선교사님(세 분의 선교사님이 우리와 계속 함께하셨다) 안중안신학고등학교로 와 학교를 둘러보고 기숙사 옆에 머무르며 학생들을 만났다. 저녁에는 같이 예배드리고 친교를 나누었다. 아이들과 우리가 팀을 나눠 한국말과 인도네시아어 설명하고 맞추기를 너무 재미있게 하면서 친해졌다. 우리가 준비한 에코백을 주었더니 사인해 달라고 해서 한참 사인하고 사진도 같이 찍었다. 이렇게 순수한 학생들이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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