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인도네시아
안중안 신학고등학교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에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선생님들 기도회에 참석했다가 쉬고 짐을 챙겨 근처에 있는 목회자 수련원으로 향했다. 현지 밀림들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들의 월 사례비가 상상을 초월하는 적은 금액(2-3만 원)이어서 자립을 위한 농업과 축산업을 지도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각지의 목회자들을 불러 한 달 교육을 시켰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지금은 지역에 모아 파견을 나가 그 지역에 꼭 필요한 부분만 집중 지도한다.
배선교사님의 도시 교회 방문을 위해 그곳을 나와 점심식사 후 적도탑에 들렀다. 칼리만탄 폰티아낙은 적도를 지난다. 우리는 적도탑에 들어가 달걀 세우기를 했다. 적도 근처에서만 달걀을 세로로 세울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2초 만에 세운 분도 있었으나 나는 달걀을 한 번 바꿔 10분 정도 만에 세울 수 있었다. 결국 모두 세웠다. 시간이 조금 남아 배를 잠깐 타고 교회로 향했다. 가정에서 예배드리다가 성도가 많아져 건물을 세웠다고 한다. 아이들 방과 후 사역에 중점을 둔 이곳은 방과 후 아이들이 계속 늘어 공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우리도 준비하신 다과를 먹고 방과 후 수업이자 미니 예배에 참여했다. 30명 정도 온다고 했는데 50명이 넘게 온 것 같다. 우리와 아이들이 세 조로 나뉘어 말 전하기 게임과 스피드 퀴즈를 했다. 인도네시아어 말 전하기와 우리가 설명하고 아이들이 맞추는 활동은 아이들보다 우리가 더 재미있게 참여했다.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참여 인원이 많아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땀으로 옷이 젖었으나 힘든 줄 모르고 참여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특식을 먹고(게를 배가 터지도록 먹었는데 1인당 금액이 12000원 정도여서 놀랐다) 호텔에서 잠깐 씻은 뒤 마지막 강평회를 했다. 한 명씩 느낀 점과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이야기했다. 나는 역시 밀림교회에서 방문했던 초등학교를 이야기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이다. 그 학교가 너무 열악해서 놀랐는데 듣고 보니 더 심한 곳이 훨씬 많다고 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앞으로도 기도할 것이다. 사역자를 양성하는 안중안 신학 고등학교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자립을 위해 농사와 축산을 배우고 주말이면 시골 교회를 찾아 봉사하는 순박한 아이들, 3학년은 전도 여행을 간다는 그 아이들은 이미 사역자들이었다. 학생 중 한 명과 인스타 친구가 되어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밀림교회 사모님과 카톡 친구도 되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를 마음에 품고 계속 기도할 것이다.
세 분의 선교사님이 우리의 일정에 계속 동행하시며 세 차에 나눠 타 함께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소중했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선교사님들의 노고를 알 수 있었다. 세 분은 완전 다른 사역을 하고 있다. 한 분은 밀림교회를 개척해 현지 목사님을 세우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와 목회자 자녀를 위한 미션홈을 운영하는 일을 하셨고, 한 분은 안중안 신학고등학교와 목회자 교육으로 각지에 현지 사역자를 배출하고, 어린이를 위한 선교원을 세우고 지원하는 일을, 다른 한 분은 도시 교회에서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전도 활동을 하고 계신다. 교단이 다른 이분들이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누며 함께 협력하는 것도 감동이었다.
10명이 세 군데로 나뉘어 자카르타행 국내선을 예약했더니 한 팀은 탑승 시간이 연기되어 3시 이후로, 한 명은 12 시대로, 나와 한 분은 원래 시간인 10시 30분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 같이 오전에 자카르타로 나와 가족과 후원자, 지인들을 위한 선물을 살 예정이었던 게 다 흐트러지게 된 것이다. 새벽에 성도님들이 기도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했고, 밀림교회 선교사님이 항공사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 원래 예정되었던 10시 30분 비행기를 함께 탈 수 있게 되었다. 기적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급히 나오느라 한 분의 짐이 호텔에 남아 있어 우리를 데려다주신 사모님이 다시 가서 가져오셨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아침이었지만 덕분에 더 감사한 마음이었다. 선교지에서는 기적을 많이 경험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자카르타행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팜유 농장이 어마어마했다. 땅의 대부분이 농장으로 보였다. 나무들을 잘라 만든 팜유 농장으로 인해 폰티아낙은 물에 자주 잠기고, 농사를 위해 밭을 태워 연기가 자욱할 때가 많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팜유 농장과 지역 정치인들이 서둘러 대책을 세워 폰티아낙이 살만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카르타에 도착해서는 근처 몰에 가서 선물들을 구입했다. 의도치 않게 환전을 많이 하는 바람에 손에 잡히는 대로 레몬 오일을 사고, 저렴하고 맛있는 사탕을 샀다. 맛이 어떨지 모르지만 루왁 커피도 샀다. 만병통치약이라는 연두색 병과 짜 먹는 감기약이라는 노란 약을 두 개씩만 구입했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드릴 분들이 많아 더 살 걸,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그걸 더 많이 구입할 것이다.
밤 비행기로 아침에 도착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주말 동안 틈나는 대로 잠을 잤다. 토요일은 남편과 영화를 두 편 보고, 주일은 결혼식과 가정교회 예배로 바빴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미뤄 둔 바쁜 일들을 해야 한다. 앞으로 당분간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좋은 기억들로 행복할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