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날이었다. 세 가지 일정이 있었다. 낮에는 연구년 분임 모임이 있어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함께 박물관 관람을 했다. 이번에는 해설사 분의 설명을 들으며 3층부터 2층까지 천천히 걸었다.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아직 멀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 났다.
바로 꽃집에 들렀다. 전시회 시작 날이긴 하지만 작가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그림 아래에 조그맣게 놓을 생각으로 애용하는 꽃집에 주문하고 가져와 바로 미술전시회장으로 갔다. 오후에 오픈식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는 분 두 분이 보였다. 교회 집사님 한 분과 오늘 축하해 드리기 위해 간 선생님(미술학원에 함께 나니는)이었다. 꽃다발을 하나만 준비해 너무 죄송했다. 같이 계신 줄 알았으면 하나 더 사는 건데. 개막식 중이었지만 바쁜 관계로 선생님과 함께 전시회장을 다니며 작품을 관람했다. 선생님은 이 협회에 가입한 게 처음이라 첫 전시회였다. 전공자 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담되기도 하시는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 다른 작품도 멋지지만 선생님의 작품도 너무나 근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인데 이 정도면 너무 훌륭한 것 아니냐고. 다음에 얼마나 더 발전하실지 기대가 된다.
수채화 작품은 많지 않았다. 유화나 아크릴화, 민화, 한국화 등 다양한 작품이 있었다. 요즘은 재료를 혼합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선생님도 다음에는 다른 재료로 그리기를 시도하실지 모르겠다. 협회 가입에는 조건이 있다고 한다. 전시회를 몇 번 참여해야 가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선생님이 나에게도 권하셨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오면 참여해보고 싶다. 그동안 정말 많은 그림을 그려야겠지만. 교회에서 얼굴만 알고 지내던 집사님도 두 작품을 내셨다. 원래 수채화를 하셨다가 요즘은 아크릴화를 그리신다고 한다. 캔버스에 구긴 종이를 덧대어 채색한 작품이 인상적이었고, 오로라와 텐트를 그린 수채화도 예뻤다.
선생님과 사진을 찍고 오케스트라 연습에 가기 위해 서둘러 나왔다. 가는 길에 비빔밥을 먹고 연습실에 도착했다. 단장님, 부단장님은 못 오셨지만 바이올린 선생님들이 많이 오셔서 힘이 났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이번 곡들이 어려워 포기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들었다. 다들 힘내어 남은 날 동안 최선을 다해 연습해 멋진 연주를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