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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Sep 27. 2024

<주짓수로 떠난 중남미 여행>멈출 수 없는 무도의 세계

페티

책을 보내주신다는 말을 듣고 바로 감사드렸다. 주짓수 도복을 들고 혼자 남미를 여행했다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방콕 갔을 때 무에타이 체험 기회가 있었지만 하지 못하고 돌아온 걸 후회하던 나에게 이 책이 무척 도전적으로 다가왔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저자는 어느 날 밋밋한 삶을 벗어나고자 퇴사를 결심한다. 치안이 불안정한 곳이 많은 남미 지역을 혼자 여행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원래 다른 이와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바람에 망설이다 혼자 비행기에 오른다.


생명보험을 가족 앞으로 들고 떠났다니 저자의 마음을 짐작해 본다. 다칠 수도 만약의 경우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를 길을 떠난 심정이 어땠을까? 실제로 속아 최악의 버스를 타기도, 물건(렌즈)을 뺏길 위기도, 여권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도 놓였었지만 모두 잘 극복했다. 특히 여러 번의 부상은 저자를 좌절하게 했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대회에 출전해 결국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어려움이 많았으나 좋은 기억이 훨씬 강렬했을 것이다. 여러 도장을 전전하다 마지막에는 정착하고 싶은 마음에 콜롬비아에서 6개월간 머무르며 같이 수련하는 사람들과 형제애를 느낀 그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착하기 싫어 떠난 길이었으나 공허함은 그를 다시 머물게 만들었던 것이다.


태권도를 하는 입장이라 부상에도 무도를 놓지 못함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승단심사나 대회를 앞두고 꼭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다. 그럼에도 대회장에서는 아픔을 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임하곤 한다. 한국에 돌아와 병원에서 MRI를 여러 번 찍고 발목 수술을 할 정도로 많은 부상을 입었지만 미련스러울 정도로 꾹 참아 가며 매트 위를 굴렀던 저자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여행지의 내가 진짜 나였나 싶을 정도로 꿈같을 때가 있다. 저자는 오래 머물렀으니 더 그랬을 것 같다. 돌아온 한국에서의 삶도, 다시 떠나게 되는 날도 언제나 행복하기를, 그리고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찾아보니 주짓수는 태권도보다 블랙벨트 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언젠가 블랙벨트를 맨 저자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무도의 세계, 아직 나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같은 무도인으로 동질감을 느끼며 응원하고 싶다.


* 위 글은 저자가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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