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독자와 작가로 만나 지금은 리뷰어와 출판사 대표님 관계가 된 복일경 님이 글씨앗에서 새로 과학책을 발간했다고 책을 보내주셨다. 저번에도 리뷰한 적 있는 루카 님의 책이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을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해 책을 쓰신다는 저자는 저번에는 SF영화에 숨은 우주과학의 신비를 알려주셨고, 이번 책에는 흥미롭게도 좀비 영화에 숨은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영화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책을 받자마자 읽어 내려갔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 오리지널 좀비관, K-좀비관, 별의별 좀비관이다. 오리지널 좀비관은 좀비 영화의 기원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시작한다. 제목은 많이 들었지만 어떤 영화인지 전혀 몰랐던 나는 유튜브에 있는 아주 오래된 흑백 영화와 새롭게 리메이크된 영화 요약 영상을 보았다. 요즘 좀비와는 조금 다르지만 시초라고 하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복어 독을 주입했다는 부두교도의 이야기와 실제로 좀비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 학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어지는 영화들을 통해 분노 바이러스와 항원 항체, 유전물질과 DNA, RNA와 같은 전문 과학 지식을 아버지가 딸에게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알기 쉽게 들려준다.
연가시라는 영화를 통해 곤충을 좀비로 만드는 동충하초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부산행에서는 좀비의 진행 단계와 좀비 상태에서의 증상, 그리고 신체적 특징이 나온다. 좀비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신 모양이다.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는 젊어지기 위해 좀비에게 물리는 노인이 나와 노화에 대해 설명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 부분에서 미국 국방부에서 좀비 발생 시 작전 계획을 수립해 두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실제로 여러 관계 기관들이 합동 재난 훈련을 했다고 한다. 미국 질병통제관리본부에서는 좀비 발생 시 생존 요령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고 하니 실제로 좀비를 예상한 건 아니겠지만 유사 사건 발생 시에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세워둔 것 같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플래닛 바이러스), 전자파의 유해성(셀), 좀비의 사랑(웜 바디스), 부성애(카고), 군집 생활(아미 오브 더 데드)에 대해 3장에서 다루고 있다. 책을 읽다가 영화들을 계속 찾아보았다.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는 있는지도 몰랐다가 쿠팡 플레이에 있는 걸 알고 책 읽는 도중에 다 보기도 했다. 2편을 찍고 있는 모양이다. 너무 빠르고 무시무시한 좀비 떼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대조가 감명 깊었다. 카고와 아미 오브 더 데드는 넷플릭스에 있어 조만간 볼까 하고 웜 바디스는 책으로 만나보려고 한다.
좀비 영화에서 과학의 원리를 찾을 기발한 생각을 하신 작가님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다음에는 또 어떤 영화들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알려주실지 기대된다.
* 위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