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들을 만나는 날이다. 오전에 콘서바토리 수업을 듣느라 바이올린을 가져갔다가 마치고 바로 미금역에 있는 안과에 정기검진을 갔다. 동생들을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해 버스로 갔다. 어렸을 때 전국 각지에 살았던 우리 중 일부는 외국에서, 일부는 서울 경기 지역에서, 일부는 살던 곳에서 살고 있다. 한 사촌 동생이 말레이시아에 주재원으로 가게 되어 그전에 얼굴을 보기로 하고 약속을 잡은 것이었다.
양주, 수원, 고양, 서울에서 여섯 명이 모였다. (형제 많은 아버지 덕에 사촌도 엄청 많다,) 아빠 생신으로 전날 만난 내 동생들도 다시 만났다. 사촌 중 한 명은 결혼식에서 본 후 처음, 한 명은 어릴 때 이후 처음 본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은 수원에서 펀더멘털 브로잉이라는 양조장을 하고 있었다. 독일에서 배워 왔다고 한다. 사장님이 된 동생이 너무 멋졌다. (수염과 헤어스타일도)
우리는 40년 전 일부터 최근 일까지 시간을 넘나들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어렸을 때 귀엽게만 보였던 동생들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대견했다. 오랜만에 소식을 들으니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알겠다. 동생들 결혼식 때 보고 다시 보니 십 수년이 흘러있다. 내 남동생들과 밖에서 따로 만난 건 어른 되고는 흔치 않은 일이다. 앞으로 자주 이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늘 차로 다니다가 버스와 지하철을 타니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버스에서 졸기도 하고, 약속 장소에 미리 가 커피 맛 좋은 카페에서 오래 책도 읽었다. 여행이 따로 있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여행이지. 오는 길에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수정작업 중인 나의 다음 책들도 연이어 나왔으면 좋겠다.
사촌동생의 양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