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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Oct 20. 2024

<<오늘도 그림>> 그림의 위로 - 뚜루

  그동안 북바이북에 드나들면서 묻지 않았다. 예쁜 언니 어디에 가셨느냐고. 책방은 동생 분이 혼자 하고 계시니까 다른 직업으로 어딘가에서 잘 살고 계시겠거니 했다. 얼마 전 책방에 들러 오래 책을 읽다가 그림에 관한 책을 하나 구입할까 하고 이 책을 여쭸다가 바로 그 언니 분이 쓰신 것임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어쩐지 이 책이 항상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놓여있더라. 그런데 그 언니가…

  작년에 유명을 달리했다고 하셨다. 얼마나 놀랐는지. 상암동에서 뵈었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기억하고 있던 나는 암을 앓다가 떠나셨다는 걸 알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 책을 보지 못하고 가셨다고 한다. 지금은 동생 책방에 예쁘게 자리 잡은 이 책.

  IT 회사에 다니던 저자는 동생을 뒤이어 퇴사하고 내가 좋아했던 상암동 북바이북 책방을 열었다. 내가 처음 간 건 두 번째 가게인 지하와 지상으로 이루어진 그리 넓지 않으면서도 정겨운 곳이다. 그곳에서 둘은 아주 바쁘게 지냈다. 수익이 나는 북토크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동안 운동화 바닥이 떨어져 테이프로 감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일밖에 모르고 살던 저자에게 고난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광화문과 판교점을 내면서 조금씩 어려워졌고, 상암동과 판교를 정리하고 광화문점만 운영하던 중 암 진단을 받게 된다.

누워서 꼼짝할 수 없는 날이 지속되던 중 그녀에게 전부터 그리곤 하던 그림이 찾아왔다. 그렇게 탄생된 뚜루는 그녀의 분신이자 친구가 되어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를 주었다. 완쾌하셔서 지금도 그림을 그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읽는 내내 너무 안타까웠다. 1년 만에 그림 실력이 얼마나 는 것인지, 원래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셨던 건지 뚜루는 내게 귀엽고 특색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암울한 투병 생활에 큰 기쁨을 주었던 그림 작업을 저자는 우리들에게 권한다. 그림이 다른 것에 비해 몰입도가 아주 높다는 것을 연일 체험 중인 나에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뚜루를 남겼다. 이 책과 함께. 읽는 이에게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 그림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 저자는 그에게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므로, 그녀의 인생은 아주 훌륭했다고 감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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