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언뜻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걸 줄이기 위해 일부러 카페에 간다. 돈을 내고 들어간 곳이니 조금 더 집중하겠지, 하는 마음과 함께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딴짓을 덜하는 것 같다. 집중하지 못하는 걸 저자는 이메일이나 핸드폰 알림 등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 문명의 이기를 들고 있다. 그는 모든 걸 피해 프로빈스타운이라는 동네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핸드폰과 노트북을 두고 간 그는 평화로움과 지루함 속에서 책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쉽진 않지만 소설도 쓴다. 하지만 고도화된 사회에서 핸드폰과 이메일 없이 생활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또다시 집중을 흐리게 하는 일들을 직면한다.
인간의 뇌는 한 번에 하나씩밖에 처리하지 못한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멀티태스킹을 자주 하게 되는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사 생활은 늘 멀티태스킹의 연속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수업을 하면서도 많은 아이들의 질문을 듣고 반응해야 하고, 그 와중에 전화를 받거나 급한 업무를 처리할 때도 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요리할 때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할 때가 있다. 제아무리 멀티태스킹의 일인자라고 해도 동시에 많은 일을 처리하면 피곤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뇌가 과부하되지 않도록 주의해할 것 같다.
너무나도 반가웠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야기가 두 번째 장에 나온다. 그는 시카고의 화가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작업하는 동안 깊은 형태의 집중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른 분야에서도 보상 없이 열심히 무언가에 빠지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몰입(Flow)이라 이름 붙였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몰입에 빠진 경험을 하게 되면 점점 더 쉬워진다고 하였다. 나의 경우에도 바이올린과 태권도를 열심히 했던 것처럼 요즘은 그림도 그리고 있어서 그의 말에 공감이 갔다. 그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자신에게 의미 있으며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벗어나지 않는 것이 몰입하기에 좋다고 하였다.
숙면도 집중력 향상에 중요한 요소이다. 잘 자지 않으면 위기 상황으로 해석하여 몸이 이상 반응을 보인다는 심리학 교수 록산느의 말을 인용한다. 잠을 적게 자면 세상의 모든 면이 흐려져 집중력이 저하되고, 깊이 사고하는 능력이나 기억력도 감소한다고 추가했다. 약물을 이용하여 잠이 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일은 아니므로 자기 전 블루라이트를 피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를 권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가장 단순하고 흔한 몰입으로 독서를 들었다고 한다. 노르웨이 문해력 교수인 아네 망엔은 책을 읽는 것은 화면으로 글을 읽을 때보다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알아냈다. 사회과학자 레이먼드는 특히 소설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듯 그들의 경험을 상상하여 공감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하였다.
저자는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의 원인으로 SNS 기업들을 소개한다. 그들의 목적은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의 앱이나 웹사이트에 최대한 더 오래 잡아두는 것이므로, 전문가들을 동원한다. 무한 스크롤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 신기술이다. 우리 삶에 이로울 것 같았던 여러 앱은 때로 우리의 시간을 한없이 갉아먹는다. 그게 온전히 자신의 자제력 부족인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느 회사의 연구원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음을 알리기도 하고, 어느 회사는 사람들의 시간을 많이 뺏었다는 내부 문건도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회사는 방해금지모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저자는 스스로 자제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개입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적어도 알림을 끄고, 스스로 시간을 정하는 노력은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도 집중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침에 주로 먹는 시리얼과 토스트는 섬유질이 적은 포도당이어서 빠르게 혈당이 올라가나 이후 급락하여 머릿속이 뿌옇게 된다고 하였다. 카페인을 같이 섭취하면 급강하도가 더 심하다고 한다. 아이들의 뇌는 발달 중이므로 좋은 음식을 섭취하도록 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음식이 ADHD와 관계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ADHD는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환경적인 면이 더 크다고 한다. 안전하게 늘 지지받고 있음을 느끼는 아이들은 ADHD에 걸릴 확률도 낮다고 하였다. ADHD라고 무조건 약물을 섭취하게 하는 것도 나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여러 아이들이 있는 학교 상황에서 몇 아이들의 이상 행동이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므로 어떤 게 올바른 선택일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아이들의 안정을 위해서는 부모님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저자는 동물도, 아이들도 자유롭게 놀 시간이 없이 갇혀있을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이상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는 할 것도 많지 않았거니와 부모님이 부르실 때까지 밖에서 많이 놀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도느라 자유롭게 놀 시간이 부족하다. 그나마도 짬이 나면 핸드폰부터 켜니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기가 어려울 것 같다. 아이들은 놀면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사회적 유대를 배우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칠레의 놀이 전문가 이저벨 벤키 박사가 말했다고 한다. 학교에 복귀하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시간을 많이 주고 싶다. 창의력이 꿈틀댈 수 있도록.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