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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Oct 21. 2024

가족과 그림

주말에 딸이 집에 왔다. 맛있는 걸 해서 먹고 밤에 이야기를 하다가 그림이야기가 나왔다. 딸이 갑자기 그림을 그리자고 했다. 팔레트도, 연필도, 지우개도, 붓도 다 두 개씩이고 스케치북도 많으니 같이 그리자며 작은 식탁에 그림도구들을 펼쳤다. 딸이 내가 그린 그림들 중 하나를 골랐다. 크기가 작은 스케치북(보풀이 일어나는 걸 기억했어야 했는데...)에 그려보겠다고 해서 주고, 나도 찍었던 사진 중에서 그릴만한 걸 찾아 그리기 시작했다. 스케치를 뚝딱 하는 걸 보고 역시, 싶었다가 색을 칠하면서 바로 보풀이 일어 너무 미안했다. 다른 데 다시 하라고 했지만 그냥 계속 칠했다. 조금 말린 후에 진한 색을 조금 칠해서 완성했다. 크고 나서 처음 그리는 수채화일 텐데도 색감이 예뻤다. 


나는 카페에서 맛있게 먹은 녹차라테 잔을 그렸다. 선생님이 흰색을 섞어서 해보라고 하셨다. 불투명 수채화는 해 본 적이 없어 어색했다. 그래서 컵 아래쪽 빼고 위는 투명하게 그렸다. 요즘은 여러 재료와 기법을 섞어서 그리는 게 추세라고 한다. 해보지 않은 것도 과감하게 시도해 봐야겠다. 


다시 딸 이야기로 돌아와서, 처음 그린 그림에 보풀이 일어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더니 곧 자신의 생일이라 본가 올 때 미술학원에 가서 원데이 클래스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가는 날 같이 가기로 했다. 옆에서 보던 남편도 연필을 들고 딸을 그렸다. 가족이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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