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받아보는 곳이 있다. 몇 년 전 「브런치 하실래요」라는 책을 읽고 리뷰를 쓴 후 연락하기 시작한 복일경 대표님이다. (그 책 덕분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출판사를 시작하신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 책이 여러 권 나왔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
이번에도 미리 연락을 주셔서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보내주시라고 했다. 제목에 ‘walk’라는 단어가 있어 걷는 것에 관한 에세이인가 싶었는데 받고 보니 시집이었다. 그런데 또 본문은 시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웠다. 요즘은 이렇게 시와 에세이의 경계가 모호한 글이 많은 것 같다. 현대시의 경향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 머리가 나를 사로잡았다. ‘씁니다. 쓰니까 써집니다. 팔을 흔들면서 씁니다. 두 다리로 씁니다. 미역국을 사랑해서 씁니다.’ 마법천자문 좋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도서관에 가고, 집안일을 하고, 대학 강의를 나가고, 옥수수 강냉이를 먹으면서 그녀는 시를 쓴다. 그녀의 일상이 시이고, 시가 그녀의 일상인, 시인의 말마따나 그녀는 ‘일상지상주의자'다. 진득하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마는, 두 자녀의 엄마이자 주부이자 교수이기도 한 그녀에게 그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 일상을 모두 쓴다. 시로도 쓰고 글로도 쓴다.
빠르게 쓰는 사람은 아니라고 시인은 말한다. 아마도 뱉고 싶은 문장을 씹고, 씹고 또 씹어서 내놓았을 것이다. 나와는 또 다른 이런 글쓰기 세상을 나는 동경한다. 시는 내가 오를 수 없는 산처럼 느껴지기에 시인이 존경스럽다. 문장들 사이의 공터를 짐작으로 메꾸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머리로 그리다 끊어진 상상처럼 깍쟁이 같은 시는 모든 것을 들려주지 않기에 길지 않은 글을 읽고 또 읽게 된다.
나도 올해 안에 두 번째 책을 출간하느라 요 며칠 용을 썼다. 이 책을 옆에 두고 군침을 흘리면서도 발등의 불을 끄느라 동동거리다 아침까지 쓰고 수정한 글을 편집자님께 보낸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책을 잡았다. 아마도 이 책처럼 200페이지가 안 되는 얇은 책이 될 것이다. 어떤 선생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을 담았다. 이 책처럼 중후하지 않은 너무나 가벼운 글이다. 나도 언젠가는 설익은 글이 아닌 깊은 사색을 거친 고갱이 문장으로 읽고 또 읽게 만들 책을 쓸 꿈을 꿔 본다. 이 책 덕분이다.
* 목소리 리뷰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