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손에 꼽을 만큼 읽은 과학책 중에도 아주 어려운 책에 속한다. 고등학교 때 물리 반이었던 나는 우리말인데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꾸역꾸역 기록해 가며 읽었다. 이번 달 인문학모임 책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렇지 않았으면 읽다 던졌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떨림으로 가득하고 인간은 그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빅뱅과 우주의 시작, 시간과 공간, 관계, 그리고 과학의 언어로 세상을 읽는 네 개의 장으로 나뉜다. 우주가 팽창하는 것으로부터 도출된 빅뱅이론(우주가 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어쩌면 기독교의 창조론과 닮았다고 하였다. 인간의 역사를 우주의 탄생(빅뱅)에서 시작하는 서술방식을 빅히스토리라고 한다. 우주가 편평하다는 것을 보여준 WMAP(2001년부터 2010년까지 우주공간에서 우주배경복사를 측정한 우주선)로 빅뱅이론이 옳음을 증명했다고 한다.(41쪽) 하지만 증거 중 일부가 오류임이 밝혀진다면 빅뱅의 존재 자체를 의심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과학적 태도’라고 하였다.(270쪽)
책에는 생물에 대한 내용도 상당 부분 들어있다. 산소가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것이 철이 녹스는 과정이고 피가 붉은 이유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가 모두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유전자는 모두 세포핵 안에 있다는 것, 미토콘드리아는 자신만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큐브 70억 개를 동시에 맞출 확률보다 시간이 반대로 흐를 확률이 낮다고 말하며 ‘시간의 화살(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을 주장한 루드비히 볼츠만은 열역학 제2법칙(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흘러 같아지면 멈추는 것)으로 우주의 엔트로피가 증가함을 설명한다. 결국 원래는 엔트로피가 더 작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빅뱅 설명) 하지만 빅뱅이 왜 일어났는지는 모른다.(117쪽)
파동역학과 양자이론은 현대 과학의 쾌거이나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먼은 “이 세상에 양자여각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라고 하였다.(127쪽) 양자역학의 발견이 동양의 지혜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프리초프 카프라는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빛은 파동이기도 하고 입자이기도 한 이중성을 지닌다. 빛이 입자라는 것은 흑체복사, 광전효과, 당구공 실험이 그 이유이다. 이 이중성은 서양과학사의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이론은 초현실주의와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의 공존을 보여주는 예가 되었다.
우주의 네 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과 핸드폰마다 들어있다는 코일과 축전기의 송수신기 연결회로(LC공진회로), 원자 속 원자핵과 전자, 양성자와 중성자, 쿼크와 같은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아주 아주 많다. 환원주의와 다른 전일주의가 50대 50으로 서로 다른 주장이나 조화가 가능하다는 부분도 나에겐 참 어렵다. 세상은 현의 진동이라고 보는 초끈이론은 오래전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우주는 떨림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243쪽)
저자는 인간이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이므로 우주보다 인간이 더 경이롭다고 보았다. 과학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고,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보다 의심하는 것으로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270쪽)라고 말한다. 아마도 이 책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