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가는 비행기 안에서 거의 다 읽은 이 책. 시인의 에세이 속 문장들이 시어에 가까워 아름다웠다.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고양이를 애지중지 여기는 저자의 일상을 훔쳐보는 재미가 컸다. 식구가 많지 않음에도 다락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다락에 앉아있다고 상상하며 글을 썼다는 저자의 마음이 귀엽다.
이 책을 통해 ‘그루잠’이나 ‘고졸하다’ 같은 새로운 우리말을 처음 보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예쁜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지.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깨었다 다시 잠드는 걸 그루잠이라고 한단다. 잠을 한 그루 심는 느낌의 아름다운 말을 저자는 좋아했다. 나도 그랬다. 생각보다 일찍 잠에서 깼을 때 다시 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이라는 걸 아니까.
책 속 문장들 중에 이 말이 가장 좋았다. ‘당장에 이득이 없다고 소설 읽기를 그만둔다면 당신은 빠른 속도로 늙을지도 모른다. ... 나를 커다랗게 키우고 싶다면 남의 삶에 개입해 그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인생을 여러 번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소설에 있다.’ (180-181쪽) 소설을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다가 저자가 극찬하고 남편 장석주 시인이 일 년 내내 가방에 들고 다니며 짬짬이 꺼내 읽으며 영감을 받았다는 ‘나의 사유 재산’을 구입했다. 어떤 책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