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은 박연준 시인의 에세이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에 이 책에 대한 극찬이 실려 있어 책을 바로 구입했었다. 남편 장석주 시인이 일 년 동안 가방에 넣어 다니며 영감이 필요할 때 들춰보았다는 이 책이 너무 궁금했다.
책은 예상 조금 달랐다. 너무 기대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인의 에세이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문장들 사이에 시인의 생각이 많이 감춰져 있다는 짐작을 한다. 짧은 문장들 사이에 숨은 깊은 뜻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쓴 여러 기고 글들을 모으다 보니 하나의 맥락이 있지 않고 꼭지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중심을 꿰뚫는 생각이 있다. 이 책을 옮기신 분이 말한 작고 보이지 않고 늙어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 파리, 여우, 토끼와 같은 작고 사소한 것들, 폐경, 슈렁큰 헤드(다소 끔찍한 경향)와 같은 늙음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런가 하면 색깔별 슬픔을 노래하기도 한다. 슬픔은 행복으로 대치될 수 있다. 색을 가진 것들 속에는 시인만의 상상의 사물이나 사람이 포함되기도 한다.
책을 한 번 쭉 읽고 이해되지 않아 다시 밑줄을 그어 가며 읽었다. 그런데도 작가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다. 깊은 사고 끝에 태어난 문장들이 나의 이해를 거부하기도 했다. 책의 제목에 있는 ‘사유’는 분명 개인적으로 소유했다는 의미인데 나에게 왜 ‘생각’을 의미하는 말로 다가오는 것일까? 사유가 필요한 글이다.
장석주 시인이 일 년 동안 들고 다닌 이유를 알 것 같다.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조금 더 저자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장석주 시인의 문체와도 살짝 닮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메리 루플의 문장을 흠모했기 때문일까? 좋아하면 닮아 간다고 하듯이. 나도 영감이 필요할 때 이 책을 다시 펼칠지 모르겠다. 책의 10퍼센트나 이해했을까? 영감이 필요할 때 나도 이 책을 펼칠지 모르겠다. 장석주 시인에 대한 존경이 그의 취향마저 닮게 하나 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저자의 글에는 못할 말이 없다. 아마도 연륜이 있는 분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독자에 따라 얼마간 충격적이라고 느낄 만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ADTvupcMJ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