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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시선>> 자연과 사람 - 이재성

by Kelly

몇 년 전 6학년 담임을 할 때 반에 야구를 하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늘 웃음을 주던 그 아이는 머리가 좋아 공부도 곧잘 했다. 입만 열면 야구 이야기만 하던 아이가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서 야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많은 고민 끝에 이루어진 결정임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도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야구를 하다가 중단했다고 한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자 쓰기 시작한 시를 사랑해 주는 분들이 생겨 시집까지 냈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열아홉, 스무 살의 시라, 우리 집 아이들도 이미 거쳐 온 아득한 시절의 청년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한 마음에 출판사의 메일에 보내주시라고 답을 보냈다. 스마트폰과 씨름하고 간혹 게임을 즐길 것 같았던 시인은 의외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스무 살 때 자연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걸 생각하면 시인은 참 순수한 감성을 지닌 것 같다.


매일 블로그에 하나씩 썼다는 시들에는 기성 작가의 노련함이나 깊은 숙고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조금 더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사람과 자연, 그리고 자신에 대해 늘 사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겨울잠을 잤다면 더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시가 너무 귀엽고, 스승과 아버지에 대한 시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나도 그런 스승과 부모가 되고 싶었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자녀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왔다. 내가 그 시절 가장 잘했던 짝사랑... 짝이 없는 사랑을 노래한 것도 귀엽고 공감 갔다. 닿을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던 밤들이 떠올랐다.


스무 살에 첫 책을 내다니 정말 부럽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글과 시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까? 별과 달과 자연과 따뜻한 사람을 노래하는 젊은 시인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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