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 글, 그림
교무를 맡게 되면서 연일 출근 중이다. 해내는 일보다 쌓이는 일의 속도가 엄청나다. 일을 빠르게 잘 해내고 싶다는 나의 마음은 신규 교사 때와 다를 바 없다. 그야말로 신규 교무니까.
이번 학교에는 능력자들이 많다. 선생님들께 들으니 우리 학교 행정실이 어벤저스급이라고 한다. 일들을 너무 잘해서 선생님들이 큰 도움을 받고 있고, 특히 시설 주무관님은 부탁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미 해결이 되어 있다는 맥가이버다. 이 뛰어난 행정실 분들 중 한 분께 이 책을 받았다.
처음에는 책을 쓰신 줄 알았다. 그림을 너무 잘 그리셔서 놀랐다. 누님이 출판사를 한다고 하시며 책을 건네셨는데 책 뒤에 보니 주무관님이 편집을 맡으셨다. 책을 편집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 걸 알기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재미있게 생긴 이 책을 집에 오자마자 펼쳐 읽었다. 태권도에 다녀와서도 계속 읽었다.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20여 년을 교육행정 업무를 하셨던 분이 신규 직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말하는 투로 적은 것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과 함께. 친구에게 말하듯 들려주는 다정다감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였다.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는 교육행정 업무를 아주 조금 맛본 느낌이다.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단순한 돈계산뿐 아니라 법적인 부분, 몸을 사용하는 일(예를 들면 눈 치우기) 등 너무나 다양하고 책임 무거운 일들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 각자가 맡은 일이 다를뿐더러 동료도 자기 일로 모두 바빠 묻거나 도움 받기가 쉽지 않다. 경력이 있는 사람도 그러한데 신규는 오죽할까? 이 책이 신규 교육행정직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블로그에 글과 그림을 꾸준히 올린 모양이다. 원래 꿈이 만화가여서 그림을 즐겨 그렸다고 한다. 그러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해 합격한 후 바쁜 직장생활을 하며 그림을 한동안 잊고 지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힘들지만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리고 교육행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을 찾았다.
일에 있어서 끝까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책임감과 집요함을 가지고 매뉴얼과 인터넷을 뒤져 가며 최선을 다하고, 이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를 권하는 저자의 말들이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바라 공감이 갔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오히려 부패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적당한 스트레스를 즐기며 나를 발전시켜 나가고, 내가 발전함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지속하고 싶다.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책임감과 집요함으로 모두 잘 해내며 다른 사람을 돕는 한 해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