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파 라히리
줌파 라히리의 소설을 읽고 그녀의 책을 몇 권 더 빌려 왔다. 얇은 이 책을 먼저 손에 잡았다. 조금 읽다가 밑줄 긋고 싶은 마음에 책을 구입했다. 중고라 시간이 조금 걸렸다. 책이 도착하자 반갑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가 작가가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이 책을 썼음을 알게 되었다. 인도인 부모님과 뱅골어를 사용하던 그녀는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영어를 제대로 접하게 되었고, 부모님이 사용하는 언어와 영어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시기를 보냈다. 영어를 열심히 익힌 것은 어쩌면 결핍감을 채우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누구 못지않은 영어 사용자임을 증명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탈리아어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 후 새로운 언어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다. 한동안 글은 영어로 쓰고, 책은 이탈리아어로만 읽는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 동안 공부하느라 겪는 어려움에도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문장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세 개의 언어를 삼각형 꼭짓점으로 생각한다. 그중 가장 익숙한 것은 단연 영어이겠지만 그녀의 이탈리아어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결국 이탈리아어로 책들을 썼다.
영어 공부를 오랫동안 조금씩 해오고 있는 나는 그녀의 열정에 자극받았다. 읽다 만 영어책을 꺼내 계속 읽기도 했다. 나도 영어책만 읽어볼까? 한동안 나에게도 그런 영어 몰입의 시기가 있었다. 1년간이었지만 영어 책만 읽으려고 노력했고, 그때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늘긴 했다.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언어는 꾸준히 하지 않으면 퇴보하기 마련인 것 같다. 다시 영어를 공부할 마음을 먹으니 아득하기만 하다.
작가는 몰입을 위해 가족과 이탈리아에 가서 한동안 살기도 했다. 몰입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주위를 뱅뱅 돌기만 해서는 늘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몰입의 시간을 가져 볼까? 다음 영어 연수 기회를 노려볼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 텝스 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 갑자기 두근거린다. 이런 내가 가끔은 두렵다. 언어 공부를 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