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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쓸 수 있을까>> 회귀 - 레오도르 칼리파티데

by Kelly

가난이 부끄럽지 않았던 그리스 소년은 스무 살이 넘어 부푼 꿈을 안고 스웨덴으로 간다. 그곳에서 글을 쓰기 시작해 학교 이름으로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유명 작가가 된다. (나에겐 이게 그의 첫 책이지만…)


그동안 그리스인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기쁘게 여겼을 정도로 그는 고향을 잊고 지내고 싶었다. 그에게 자랑스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외국어가 모국어보다 훨씬 익숙하고 그리스어로 다시 글을 쓴다는 게 불가능하게 보았던 그는 그리스어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그는 가끔 그리스어로 대답하고 칭찬받고는 할 정도로 아직은 그에게 낯선 언어였을 그것을 재료로 어떻게 이 글을 썼을까? 얼마 전에 읽은 줌파 라히리의 이탈리아어로 책 쓰기 도전기가 떠오른다.


유럽은 자동차로 국경을 넘을 수 있어 다양한 언어를 접하는 게 우리나라보다 쉬울 것 같다. 그리스를 여행하는 다복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책에는 낯선 내용이나 개념도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얇은 책인데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글쓰기에 대한 부분은 보석처럼 나에게 쏙쏙 와서 박혔다. 나의 관심이 볼록렌즈가 되어 태양 빛으로 종이를 태우듯 글쓰기에만 열정이 타올랐다. 이 글을 50년 만에 모국어로 쓰다니. 나이가 들면서 고향을 찾고,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글은 저절로 써지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노력과 집중의 결과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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