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이 이야기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지난 주말 혼자 이 영화를 보고 책을 구입했고, 주중에 딸과 한번 더 보러 갔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이 책을 다 읽었다. 책과 영화가 겹치는 부분도 있고, 그대로인 대사도 꽤 많지만 영화는 조금 더 각색이 되어 있음을 알았다. 영화를 먼저 봐서인지 재미나 의미는 영화에 있었고, 문장과 단어들의 조합이 좋아 책도 놓기 어려울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남편과 영화를 한 번 더 보러 갈 예정이다.
조심스럽게도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다. 영화에서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을 방역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법이 하지 못하는 사적 응징을 하는 약간은 의로운(?) 사람들로 그려진 반면 책에서는 그에 대한 부분이 조금 약하다.(시키는 대로 한다.)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중요 장면들은 영화에서 비슷하게 그렸으나 극적인 면을 살리기 위해 영화에 더 많은 복선을 깔아 두었다. 특히 영화에서 투우가 그림 그리는 부분은 여러 장면에서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며 연결된다. 영화의 엔딩 부분에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구병모 작가의 책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먼저 읽은 작품에 비해 이 책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우리가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를 그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새로 나온 책은 표지 그림이 너무 무서워 예쁜 헌책으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구입한 책은 2018년에 발간된 것이다. 영화도 그렇지만 책은 묘사가 더 무시무시해서 학생들은 읽지 않는 게 좋겠다.
책과 영화 전반에 걸쳐 '킬러'라는 무서운 직업 이면에 나이 듦에 대한 고찰이 깔려 있다. 전에 비해 할 수 있는 것이 줄고,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늘어간다.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아프고, 사람들에게서 외면받기 일쑤다. 대놓고 눈치 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나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위축될 수 있다는 걸 내가 나이 들어가니 알겠다. 곧 다가올 노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이 들어서도 아침마다 운동을 하며 어쨌든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좋아 보였다. 책의 맨 앞에 여러 노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눈치 없고, 볼품없는 노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자기 관리로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며 우아하게 늙어갈 것인가는 어쩌면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언제나 현역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은퇴 후에도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면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