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소녀로 설렌 영화 <하이파이브>

by Kelly

태권소녀와 작가 지망생만 보고 영화를 보러 갔다. 바빴던 주말의 마지막을 남편과 함께했다. 신체 부분을 기증한 사람으로 인해 여섯 명이 새로운 삶을 얻었다. 심장이 약해 수술하게 된 완서, 시나리오 작가 지성, 요구르트와 함께 건강을 파는 선녀, 손가락을 쳐 기계를 움직이는 기동은 갑자기 타투를 갖게 되고, 신비한 힘을 얻는다. 자신들 외에 더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그중 악당도 있으리라는 예상을 한다. 첫 만남의 설렘도 잠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데다가 나이도, 성별도 다른 이들은 하나가 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고난을 맞으며 이들은 점점 끈끈해진다.


완서가 달릴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날기 시작하자 남편이 실망한 눈치가 역력했다. 허무맹랑한 내용일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앞부분은 살짝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가 그렇듯 대놓고 웃기려고 하는구나, 싶으면 그냥 편하게 웃으면 된다. 말장난에 가까운 대사들에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코믹 연기라면 단연 최고라 손꼽히는 이들 덕분에 나름 재미있게 봤다. 아마도 태권도가 빠졌으면 재미가 덜했을 것이다. 나와 똑같은 도복을 입고 발차기를 하는 완서와 아버지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짧게 머리를 잘라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상에서 지나가다 마주쳐도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어딘가 모르게 실패자의 모습이 보이는 사람들이 새로운 힘을 얻고,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어쩌면 평범한 우리들이 꿈꾸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우연히 좋은 일이 생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가를 돕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세계에 잠시 빠졌다. 가볍게 보기에 좋은 영화이지만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태권도만으로 나에게 호감을 얻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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