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주에 왔다. 시간이 생길 때마다 찾는 이유는 사려니 덕분이다. 남편의 휴가로 함께 짧은 여행 계획을 세웠다. 작년 겨울에는 차를 빌려 세 군데 숙소를 옮겨 다녔는데 이번에는 내 사랑 맹그로브에서 이틀을 묵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은 사려니 걷기와 쉬면서 책 읽고, 맛있는 것 먹기였다.
무려 새벽 6시 15분 비행기를 탔다. 4시 좀 넘어 일어나야 해서 피곤했지만 덕분에 아주 긴 하루를 보냈다. 그 새벽에 피곤함이 묻어나지 않는 여행객들을 보고 놀랐다. 여행의 설렘이 피곤도 씻는 모양이다. 원래 계획은 둘째 날에 사려니에 갈 생각이었으나 워낙 일찍 도착한 제주에서 체크인하는 3시까지 그냥 돌아다니기도 뭣해 결국 짐을 숙소 보관함에 넣고 사려니를 먼저 가기로 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참 걸어 간단한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이번에도 절물 쪽 작은 입구로 들어갔다. 숲에 들어가는 순간 아주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 걷는 내내 행복했다. 세 시간 반을 슬리퍼로 걷느라 발바닥이 조금 아팠지만 지압한다는 생각으로 마냥 기분이 좋았다. 남편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숙소 가는 길에 동문시장에서 고기국수를 맛있게 먹고 옥수수와 귤을 샀다. 숙소는 저번보다 작은 방으로 예약했는데 이번에도 바다가 보이는 쾌적한 공간이어서 다행이었다. 땀에 전 옷을 빨고 시원하게 샤워를 한 후 사무실에서 바다를 보며 책을 읽으니 천국이 여기구나 싶었다. 저녁에 줌 연수가 있어 밥을 먹으러 늦게 나갔다. 바닷가를 조금 걷다가 근처 횟집에서 남편은 물회를, 나는 말로만 듣던 고사리육개장을 처음으로 먹었다. 식감이 생각과 달랐지만 점점 맛있게 느껴졌다
오늘은 내내 책을 읽다 쉬다 먹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