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스포츠 지도사 연수를 들었다. 함께 듣는 구술실기 시험 날 만난 사범님과 쉬는 시간마다 밖으로 나와 간식도 사 먹고, 밥도 먹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들을만해서 열심히 필기를 하기도 했다. 이제 그것도 거의 막바지다. 다음 주 토요일이면 일곱 번째 연수로 마칠 예정이고, 한 주 후 바로 실습 세 번만 받으면 된다. 월요일부터 남은 방학은 딸과 일본에 다녀오기로 해서 연수를 마치고 온 밤에 피곤함에도 연수 마지막 날 낼 과제를 다 했다.
월요일 새벽, 딸이 깨워서 일어나니 4시 55분이었다. 세수하고 화장하고 머리 세팅까지 마친 딸을 보니 그동안 침대랑 한 몸이라고 놀린 게 미안할 정도였다. 놀러 갈 때는 무척 부지런한 딸이다. 얼른 챙겨 공항으로 갔다. 무척 피곤한 아침이었지만 설레어하는 딸을 보니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계획에 없었고, 실습을 위해 남겨 둔 날이었는데 실습이 연수 후 주말로 잡히는 바람에 갑자기 예약한 거라 준비가 잘 되지 않아 우리는 뭘 먹을지, 어디에 갈지 정확한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여행이 더 좋다. 어디든 가다가 보이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겼다.
비행은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비행기에서 읽던 책을 마저 읽어 기분이 좋았다. 오사카 공항에서 공항 급행열차를 탔고, 내려서는 유니클로에서 딸이 남자친구와 커플로 만든다는 티셔츠 디자인을 했다. 좋은 세상이다. 기다리는 동안 밥을 먹으려고 돌아다녔는데 대기도 길고 먹고 싶은 것도 없어 캐리어까지 끌고 계속 걷느라 힘들었다. 더운 날씨에 멋 내느라 장부츠를 신은 딸이 발이 너무 아프다고 하는 바람에 걱정되었다. (그 후로도 계속 엄청 걸었다. 거의 2만 보) 호텔 가는 길에 이치란 라멘을 40분을 기다려 먹고 나와서 보니 본점에 불이 나 있었다. 매캐한 연기가 나고 다리 통행이 금지되어 있었다. 나중에 기사를 보니 소방관 두 분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다시 시내로 가서 도톤보리 가에서 사진을 찍고, 돈키호테에 갔다. 화장품에 관심 많은 딸을 기다려 계산을 하고, 나와 일본식 카페에서 말차빙수와 밀크티를 먹으며 아픈 다리를 달랬다. 다이소에서 돼지코를 산 다음 간단한 초밥을 먹고 도톤보리에서 또 사진을 엄청 찍고 돌아왔다.
날씨가 어찌나 덥고 습한지 호텔에서 씻고 나가지 않았으면 하루 종일 찝찝한 기분으로 다닐 뻔했다. 주말 내내 서서 아르바이트한 데다가 장부츠로 많이 걸어 발이 아픈 딸이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한국에서 쉴 걸 그랬나 싶기도 한데, 또 언제 딸과 이렇게 여행을 하겠나, 하는 마음에 일 분 일 초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남은 이틀,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돌아갔으면 좋겠다. 목요일 개학하고는 바로 무척 바빠질 것이다. 각오는 단단히 하고 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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