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헵파이브, 공중정원, 그리고 개학

by Kelly

오사카 둘째 날, 우메다역으로 향했다. 도톤보리보다 번화한 곳이었다. 도톤보리가 명동이라면 우메다역 근처는 광화문 같은 느낌이랄까? 호텔에서 신사이바시역으로 걸어서 이동해 지하철 세 정거장만에 도착한 우메다역에서 조금 걸어 헵파이브에 도착했다. 공중관람차를 타기 위함이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여기까지 와서 함박스테이크를 먹자며 30분가량 기다려 맛있는 아점을 먹었다. 전날 돌아다녔던 난바역 근처보다 가격이 대체로 저렴했다. 짧은 공중관람차 도는 동안 계속 딸 사진을 찍느라 바깥 구경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많이 웃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덕에 메모리카드가 다 차서 PC방을 찾다가 메모리 리더기를 C타입으로 살까 하고 전자상가 같은 곳으로 갔다. 시계, 카메라, 가전제품, 핸드폰 등 엄청 많은 종류의 물건을 파는 곳이어서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고, 원하던 제품을 구입해 딸이 무척 좋아라 했다. 시계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선물을 살까 하다가 다음에 같이 와서 사자며 그냥 나왔다.


카페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고 공중정원으로 갔다. 시원한 바람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야경도 홍콩에서 본 것보다 이질감이 덜하고 멋있었다. 딸과 함께여서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사진을 많이 찍고 잠깐 쉬었다가 내려왔다. 짐이 없어 가볍게 다닐 수 있어 편했다.


마지막 날은 호텔을 나와 짐을 들고 다녀야 해서 주로 카페에 가거나 소소한 선물들을 구입하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에는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갔는데 같이 시킨 야키소바가 더 맛있었다. 공항에 좀 일찍 가서 커리우동으로 저녁을 먹었다. 매일 같이 사용한 돈을 적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이 사진을 제법 건졌다고 좋아했다. 딸은 남는 건 사진이라는 아빠의 지론을 믿고 있다. 어쨌든 딸이 좋아하니 행복했다.


한국에 와서는 장기주차장 가는 셔틀에서 제 때에 못 내려 한 바퀴를 더 도는 바람에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왔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인 오늘이 개학이라 부담이 커서 얼른 잠을 잤다. 개학날 방학식을 하고, 통합전담실 이사를 마무리했다. 걸려오는 전화들을 받으며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안내를 했다. 오후에 회의도 있었고, 수업 준비도 해야 해서 첫날부터 분주했다. 엊그제 방학 잘 보내시라고 한 것 같은 선생님들과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방학이라는 시간이 훌쩍 사라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2학기에도 힘내서 재미있게 수업하고, 열심히 일하며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


이건 딸에게 비밀인데 마지막 사진을 미술학원에서 아크릴화를 그리고 있다. 오늘은 스케치만 하고 왔는데 색칠까지 한 후에 전시회에 낼 예정이다. 아크릴화는 오랜만인 데다가 캔버스 크기가 학원에서 그렸던 것보다 훨씬 커서 잘 그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보는 내내 딸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모전에 냈던 작년에 쓴 연구년 관련 책이 탈락했다는 소식을 편집자님께로부터 들었다. 그런데 좋은 소식은 고생한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편집자님의 말씀이다. 전에 쓴 두 책의 재고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죄송한데 다시 책을 만들자고 하시니 송구스럽긴 하지만 다음 주까지 작업을 해서 보내달라는 말씀이 반갑기도 했다. 이번에는 500부 정도만 조그맣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900_20250819_172950.jpg
900_20250819_173037.jpg
900_20250819_191139.jpg
900_20250819_190822.jpg
900_20250820_132108.jpg
900_20250819_143106.jpg
900_20250820_113106.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연수, 그리고 오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