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으로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전자책에 밀리의 서재를 다운로드하고 처음 읽은 책이다. 여행 가는 기차 안에서 다 읽었다. 페이지가 없어 모르긴 몰라도 종이책이라면 두껍지 않은 책일 것 같다. 전자책이라 가독성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입말이 많고 내용이 가벼운 편이다.
영국에 사는 저자는 미국에서 영국으로 이사 갈 때 어마어마한 짐을 가져갔다고 한다. 사방 벽이 물건으로 가득 찬 걸 본 어느 날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하고 조금씩 버리고 덜 사기를 실천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한 번의 각오로 되는 게 아니어서 끊임없이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기는 동안 삶이 조금씩 달라져 간다.
미니멀하게 살겠다는 각오를 수시로 하지 않으면 어느새 주변은 짐들로 쌓여 간다. 당시에는 필요할 것 같았던 득템 물건들은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처치곤란의 짐덩이가 되어있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화장품을 살 때 샘플을 받지 않고 있다. 가끔 유용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랍에서 굴러다니다 버려진다.
한때 넓은 집으로 이사 가길 꿈꾸었던 저자는 짐들을 치우면서 지금 집도 살만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욕심내기보다 덜 쓰고 덜 사고 작지만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란 걸 깨달은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 다르다. 큰 집과 좋은 물건들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면 언제까지나 나보다 높은 곳을 보며 불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있는 걸 족히 여기되 정신적 수준을 높이는 일이 내가 바라는 삶의 방향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집에 가면 옷장에 있는 안 입는 옷들을 버리고, 집을 싹 정리하리라'라고 각오했으나 들어오니 다시 게으른 내가 되었다. 마음의 짐을 언젠가는 청산할 날이 오겠지. 이런 생각 없이 사는 것보다야 나을 거라 위안하며 나의 5대 과제 중 하나의 목록에 넣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