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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영원할 것처럼>> 저마다의 고민 - 서유미

by Kelly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있었나? 학교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책을 빌렸다. 바코드를 찍으며 사서선생님이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 시려 있어요."하고 말씀하셔서 기대가 되었다. 단편소설 일곱 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원래 단편소설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사서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중 어떤 걸 제일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토요일 아침의 로건>

김성호는 몇 년째 토요일 아침마다 로건이 된다. 미래를 준비하고 있던 그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병은 모든 것이 헛됨을 깨닫게 했고, 그는 영어강사 젤다에게 그만두겠다고 망설이던 말을 한다.


<밤의 벤치>

학습지 교사였던 경진은 딸 은솔의 학습지 선생님을 보며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린다. 아이를 키우며 집에 머무는 은솔에게 오아시스 같았던 잠깐의 밤 외출의 좋은 친구였던 벤치는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없어질 위기에 처한다.


<그것으로 충분한 밤>

좋은 집에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는 유선에게 아래층 노부부의 누수 이야기는 환한 하늘의 먹구름이다. 그것 말고도 유선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더 있다. 잔잔한 그녀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지나가는 사람>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재경이 무너지게 된 건 이혼 때문이다. 삶이 바뀌어도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그걸 지켜보는 부동산 중개업자 석주는 마음이 아프지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다른 미래>

나이가 들어도 염려가 앞서는 딸 부부를 따라 여행을 나선 진은 비를 맞으며 파도를 타는 딸의 가족을 지켜보다가 오래전 죽은 남편을 떠올린다. 내려놓을 때 느끼는 해방감이 그녀에겐 필요했다.


<기다리는 동안>

이혼 후 위자료 정리를 마치지 못한 인희에게 나쁜 일이 계속되자 급기야 전화를 제대로 받지도 않는 전남편 재영의 집에 찾아가 기다린다. 차 위에 쌓여가는 눈처럼 고민이 두터워지지만 재영의 집에 들어간 인희는 재영 또한 행복하지만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밤이 영원할 것처럼>

개조한 창고이지만 그녀만의 공간이었던 본부장실에서 나가게 된 동희는 길을 건너다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는다. 명패에 낀 먼지처럼 영원할 것 같았던 반짝이는 것들은 바래고 때 묻기 마련이다.


각 이야기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생생하다. 주인공의 시서으로 본 크고 작은 순간들이 모두 눈으로 보는 듯 실감 났다. 나도 이런 걸 보 적이 있었지, 나도 느낀 적 있었지, 하는 동질감에 빠져 인물들이 친근하게 느껴져 짧은 이야기에 급속도로 빠져들 수 있었다. 다음이 궁금한 짧은 이야기들은 장편소설 속 한 장면인 것처럼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느껴진다. 언젠가 이 이야기들을 키워 장편으로 쓰게 될까 궁금하다.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서 조만간 도서관에 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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