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얇은 책을 그동안 얼마나 읽다가 포기했었는지... 누군가 추천하는 영상을 보면 또 읽으려고 폈다가 다시 접곤 했다. 여행 친구로 데리고 갔다가 비행기에서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감탄했다. 이런 책이었구나.
신부가 되기를 바라던 아버지의 바람을 뒤로하고 양을 치며 들에서 잠을 자는 삶을 택한 산티아고는 살렘의 왕 멜기세덱을 만난다. 꿈을 포기하지 말고 표지를 따라가라는 그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그는 꿈을 찾아 나아간다.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도울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험난한 여정에 가진 걸 뺏기기도 하고, 머물며 일에 전념하기도 했지만 그는 피라미드에 가서 보물을 찾겠다는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의 주변에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 계속 등장한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손길들이 수시로 등장하는지도 모른다. 그 표지를 알아차리느냐, 보고도 그냥 넘기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러 소년은 성인이 되고, 오아시스에서 사랑하는 여인도 만난다. 그녀 곁에 머물 것인가,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의 기로에 놓인 산티아고는 큰 결심을 한다. 연금술사와의 동행은 정말 신비로웠다. 이전에 조금씩 보이던 판타지의 세계가 환히 열린다.
이야기의 끝은 예상했던 바이다. 그게 아니면 이 책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마지막 사건이 너무나 큰 우연이어서 나는 오히려 딜레마에 빠졌다. 만약 땅을 파고 있을 동안 길 가던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피라미드 앞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건 정말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표지만을 따라가는 게 정말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물론 최선을 다하고 운명에 맡기는 건 노력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가치로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무작정 꿈의 여정을 부추기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 이미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모두 수긍할 수는 없지만 책이 재미있긴 했다. 영어로 읽는 분들이 있어 오래전 사 두고 읽다 만 원서를 꺼내 들었다. 유튜브에 책 전체를 읽어주는 영상이 여러 개 있다. 들으면서 읽으면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