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발신제한
금요일. 태권도에서 땀을 왕창 쏟고 오는 길에 오랜만에 맞는 한가한 휴일이라 금요일 밤 영화라도 한 편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검색하다 이 영화를 알게 되었다. 샤워를 하고 머리도 제대로 못 말린 채 영화 시작 시간에 늦을까 봐 서둘러 갔다. 늦은 밤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몇 자리가 차 있었다.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가는 취미가 있어서 조우진 님이 나온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 늘 조연 출연자로 자주 등장하던 이분의 주연 연기가 기대되었다. 영화 장르가 드라마였는데 첫 장면부터 너무 조마조마했다. 트릭이긴 했지만.
아이들을 태우고 출근하는 은행 센터장 성규는 발신 제한이라 뜨는 낯선 전화를 발견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의자 밑에 설치된 폭탄이라니. 게다가 두 아이를 태운 채 의자에서 일어나면 폭발한다는 상대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눈앞에서 목격한 폭파 장면 이후 성규와 아이들은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아이 다리에 파편까지 박히는 바람에 최악의 사태를 맞는데 오랜 시간 폭탄을 깔고 앉은 채 달리는 것이 영화의 대부분일 줄이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성규는 자신의 과거를 반추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일들을 마무리했던 그는 시간이 지난 후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누구든 죄를 짓고 오래 활보할 수는 없는 법이지만 사실 세상에는 그런 불합리한 일이 너무나 많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없기를. 그런 억울한 일들이 사회 곳곳에 수시로 일어나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