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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우리의 언어를 쓰자 - 김겨울

by Kelly

이 책을 몇 달 전 읽으려고 빌렸다가 반납한 기억이 있다. 앞부분을 조금 읽다 말았던 것 같다. 밀리의 서재를 구독 중이라 얼마 전 겨울서점 영상을 보고 이분의 책도 있나 검색을 해 보니 몇 권이 있어 이 책을 다운로드하여 읽기 시작했다. 머리 아픈 책은 아니어서 틈틈이 꺼내어 짧은 꼭지를 하나씩 읽기에 좋아 술술 넘어갔다.

저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음악을 했던 사람이고 철학도로 뒤늦게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으며, 춤도 추는 멋진 독서가라는 것 정도는 영상을 통해 접했다. 늘 책을 읽는 분의 글이라 그런지 표현이 남달라 읽는 재미가 있었다. 멋들어진 문장들은 베껴 써보기도 했다. 나도 에세이를 써 본 입장에서 무척 부러운 문체가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가끔은 나도 이거랑 비슷하게 썼었지, 하는 문장도 있었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장은 김겨울이라는 사람을 다소 객관적인 시선으로 소개하고 있고, 2장은 책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3장은 보다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면을 다루고 있다고 여겼다. 물성 있는 책이라면 이쪽저쪽 넘겨 가며 다시 책을 리뷰해 보겠지만 전자책이라 만져볼 수도, 어디쯤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서 안갯속처럼 뿌연 느낌으로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다. 전자책은 언제나 가볍게 들고 다니기는 좋지만 이런 단점이 있다. 책 한 권을 정복했다는 느낌이 확실히 덜하다.


책 속의 저자는 배우는 걸 좋아하고, 음악을 무척이나 사랑하며, 배드민턴과 달리기, 그리고 춤을 즐기는 만능 예술인이다. 한번 시작한 건 끝을 보고야 마는 끈기도 가졌다. 나의 모습과 닮은 점이 생각보다 많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뭘 이렇게까지 일을 벌이나,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녀가 그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살고 있기도 하니까. 너무 바빠 눈물이 나오는데도 그에 못지않은 성취감이 버티게 하는 그런 삶...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 그 수많은 일들의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를 고민할 시간에 지금 하나 더 즐기자는 마음으로 사는 것 같다. 아직 젊은 저자에게는 향유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런 저자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일전에 유튜브 쇼츠 영상으로 춤을 올린 걸 보고 놀란 기억이 난다. 독서 유튜버 댄서, 드럼 치는 대리, 발레 하는 엄마... 얼마나 매력적인가 말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나 외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건 신나는 일이다. 겨울의 언어는 그렇게 재미나게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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