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바이북에서 유현준 님의 북토크 소식을 듣고 이 책을 구입했다. 유명하다는 이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상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건축의 역사와 인간 삶의 관계를 고대부터 최근까지 다루고 있다. 챕터가 지날수록 시간의 간격이 점점 좁아진다.
인류의 역사를 전쟁과 갈등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 저자는 '공간'이라는 필터를 가지고 본다. '호모 스파디움'이 바로 그것이다. 이 라틴어를 번역하여 책의 제목인 '공간 인간'을 지었다. 공간을 이용해 발전해 온 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보다 따뜻하고,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을 향한 저자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해와 달을 쳐다보고 살던 고대 인류는 모닥불로 최초의 공간 혁명을 이루었다. 농업을 하면서 이동을 멈추고 모여 살며 제대로 된 건축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굴 대신 '괴베클리 테페'라는 둥근 벽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장례를 치르기 위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성경 속 바벨탑이 이라크에 남은 신전 '지구라트'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책에는 바벨탑, 여리고성, 모세 이야기 등 성경 내용이 정말 많이 나온다. 믿음의 눈으로 보았던 성경이 이 책에서 인류 역사의 한 장면으로 그려지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성경을 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눈으로 성경을 볼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는데 북토크에서 저자가 크리스천임을 알게 되었다. 목사님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는 말이 재미있었다. 북토크에서 책에 소개된 인류 최초의 성벽인 여리고성이 무너진 것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그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부터 건축물은 권력과 관계가 깊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자가 누리는 힘은 대단했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부인을 위해 지은 사막 한가운데 테라스에 꽃과 나무가 자라고 폭포가 있는 '공중정원'은 권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준다. 시선의 높이로 본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이 좋았다. 무대와 관객의 시선이 같은 위치에 있었던 그리스 반원형 극장은 민주주의를 태동시켰다. 길거리에 벤치가 많은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민주적이라는 견해도 재미있다.
책 속 정보가 저자의 '생각의 유전자'이며 책을 통해 우리 머리로 들어온 생각의 유전자가 또 다른 정보를 생산하며 그런 장을 만드는 도서관은 정보의 재생산을 통해 인류의 발전을 가속화했다. 그 힘을 아는 독재자들은 책을 불태우기도 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로마의 교회 건축을 비교한 것도 재미있다. 엄청나게 큰 피라미드가 '집중'을 추구했다면 교회는 점조직으로 '네트워크'의 힘을 가졌다. 광장을 포함한 교회가 빠른 속도로 뻗어나간 걸 보면 네트워크의 힘은 강력하다.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건축물은 강철이 만들어지면서 더 튼튼하고 높아졌다. 철근과 콘크리트의 열팽창계수가 같은 덕분에 건축에 획기적인 변화가 왔고, 도시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모닥불과 TV를 함께 보던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을 보며 개인화되어 간다. 스마트폰을 쓰다듬는 것은 우리와 직접 연결되게 만들고, 차가운 폰을 만질수록 우리는 따뜻한 무언가를 동경하며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견해가 재미있다. 저자가 시도했다 실패한 메타버스 세상이 앞으로는 오게 될까? 발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니 기술과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올 것이다.
인류를 공간 확장의 역사라고 보는 저자는 도구가 발달함에 따라 점점 영역을 확장해 나갔던 민족이 결국 살아남았다고 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공간뿐 아니라 사이버 세상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패권도 바뀌게 된다. 이를 아는 열강은 과거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러 왔다. 정보 양의 차이는 전쟁의 승패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열강의 최전선인 우리나라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북극해 시대가 열릴 것이며 이를 대비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밝힌 저자의 삶의 목적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건축을 설계하고 활발하게 방송과 집필활동을 하는 것이 모두 자신과 사람을 이해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화목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하였다.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하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태권도의 정신과도 닿아 있다. 나도 이분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야겠다. 책을 읽다가 유튜브 채널을 구독했다. 저자가 쓴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볼 것이다. 좋은 분께 추천하고 싶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