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옆에 칸이 좁은 책장 두 개를 놓고 집에 있던 책의 대부분을 모아 두었다. 분명 처음에는 빈칸이 있었는데 이제 차다 못해 옆으로 누운 책들도 생겼다. 날 잡아서 한번 다시 정리해야 하나 보다. 벽에 붙은 조금 낮은 책장 하나를 그 옆에 놓고 작은 책상 하나를 놓았더니 1인용 독서실이 되었다. 스탠드를 세우고 불을 켜니 캄캄한 방에서도 독서가 가능하다. 이곳에서 책을 읽는다. 접이식 책상이라 너무 작고 흔들려서 높이 조절이 가능한 사이드테이블 하나를 주문했다. 책 정리가 끝나고 책상이 오면 그럴듯한 나만의 서재가 완성될 것이다. 이곳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바로 앞에 보이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추천해 준 책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눈이 자꾸 옆으로 돌아간 모양이다. 다시 글을 써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에 이런 책이 눈에 띈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이 몇 번째 재독인지 모르겠다. 리뷰만 세 번째다. 한동안 장석주 시인의 시와 글에 빠진 적이 있었다. 다시 읽어도 좋았다. 읽기와 쓰기는 하나이므로 많이 읽는 사람이 잘 쓸 수 있으며, 독서는 뇌를 발전시킨다는 지론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다가 익숙한 책이나 영화 제목이 눈에 들어와 생각해 보니 당시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찾아 경험해 본 것이었다. 지금은 나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그 책들이 이 책으로 인함이라니, 책은 참 힘이 세다.
책 속에 작가가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들의 이름을 따라 적었다. 마르틴 하이데거, 모리스 블랑쇼, 에마뉘엘 레비나스, 발터 벤야민, 롤랑 바르트, 장 보드리야르, 조르조 아감벤, 미셸 푸코, 지그문트 바우만, 수전 손택, 피에르 부르디외, 엘리앙스 카네티, 자크 라캉, 슬라보예 지젝, 가라타니 고진,... 들어본 적 있는 작가들의 이름인데 정작 이들의 책을 읽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도서관에서 작가들의 이름을 검색해서 하나씩이라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 속 연필을 사용한다는 작가들, 헤밍웨이와 김훈의 일화가 인상 깊다. 책을 주로 손으로 쓰기보다는 키보드로 치는 세상에서 연필로 쓰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져서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다시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긴 시간 동안 몇 번의 책장 정리에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이 책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내 책장에 남아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소중게 여겨지는 책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