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번 달 인문학 모임 도서이다. 처음에 밀리의 서재에 오디오북으로 있길래 그걸로 들었는데 첫 이야기가 너무 놀랍고도 재미있어 구입하게 되었다. 신간이라 아직 도서관에 많지 않은 데다가 있는 건 빌릴 수가 없어 이럴 때는 사서 본다. 그런데 뒷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잠깐 실망했다. 첫 이야기가 너무 강렬해서인지 다음 이야기에 정이 안 간다고나 할까?
따스한 문장만으로는 차가운 세계와 싸울 수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는 놀랍고도 섬뜩한 이야기들 열다섯 편이 들어 있다.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나에게 그렇게 좋은 책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잊히지 않을 너무 강렬한 장면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야기가 선명하지 않아 읽다가 되돌아가 다시 읽기도 했고, 읽은 후 시간이 지나 금세 잊기도 했지만 무언가 클레어 키건만의 독특한 이야기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기작이라는 이 책을 통해 클레어 키건을 처음 만났다. 뒤에는 어떤 글들을 썼을지 궁금하다. 책을 하도 들고 다녀서 찢어지고 묻고 낡아버렸다. 순식간에 읽을 만한 책은 아니고, 한 이야기씩 짬짬이 접하기에 좋았다. 책의 제목을 남극으로 정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첫 이야기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뜬금없이 다가오는 섬뜩한 장면들이 마음에 새겨졌다. 세상엔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며,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때론 의심과 경계가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