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만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by Kelly

남들과 비슷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안정감 있지만 특별함이 없고, 남다르게 사는 사람은 남들이 겪지 않을 어려움을 겪거나 다른 사람의 이해를 얻지 못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무언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들에 꽂혀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하며 사는 것 같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굳이 힘들게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을지는 모르지만 그 속에 즐거움이 있으니 지속하는 것 같다.


책을 쓰신 분은 남들과 다르다면 다른 분이다. 오랜 시간 준비하여 원하던 대학을 갔고, 미래가 보장될 것 같았던 졸업 후의 시간은 짧은 회사 생활과 퇴사 후의 시간적 여유정도. 지금까지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책을 출판한 후 그의 삶은 또다른 전환을 맞았을 것 같다.


제목을 많이 들어봤었는데 학교 도서관에 신간으로 들어와 빌려 왔다. 그림이 귀엽긴 한데 옷을 너무 적게 입고 있어서 어린이용은 아닌 것 같다. 읽고 있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많다. 그림도 굉장히 기발하면서도 공감이 갔다. 그동안 내가 읽어온 책들은 대부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라는 교훈을 담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 반대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니. 지금은 한량으로 살고 있다는 걸 즐긴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반어법인 것 같기도 하다. 한번에 대학에 가는 이들도 있는데 그는 여러번 도전해 결국 원하던 학교에 입학했고, 남들 다 다니는 회사에도 몸 담았으며, 퇴사를 생각하던 시기에 회사가 문을 닫아 프리랜서가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코피 터지는 노력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의 삶의 자세에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남들이 갖는다고 해서 무리해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집을 사지 않고, 빚 지는 것이 너무 싫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며,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직장을 찾지는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 혹은 남들이 옳다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만의 당당함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남들보다 느리게 앞을 향해 나아가지만 자기만의 속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는 그야말로 득도한 사람인 듯하다. 아등바등 하기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요즘같은 시대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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