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
요즘 휴가철이라 그런지 보고 싶은 영화들이 개봉했다. <방법: 재차의> 와 <모가디슈> 중 어느 것을 볼까 하다가 공포영화보다는 전쟁이나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모가디슈를 먼저 보기로 했다.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배경이 소말리아라는 것만 알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한적한 곳을 찾는다고 갔는데도 꽤 많은 인원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1949년부터 유엔이 가입 신청했으나 1990년까지 가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우리나라의 유엔 가입을 위해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에서 외교적인 노력을 하는 것, 그리고 남북한이 서로 대결적인 구도로 외교활동을 펼치는 내용이 나온다.
- 남북 대결외교와 유엔 (국가기록원)
https://theme.archives.go.kr/next/unKorea/diplomacyUn.do
영화에서도 언뜻 보이지만 인맥을 통한 정치인들의 배불리기와 돈으로 매수 가능한 경찰 등 공정성 없어 보이는 정권은 반군 세력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는지도 모른다. 내전이 격화된 12월 30일 이후 한국과의 연락도 끊기고, 다른 나라 공관들이 속속 철수하는 것을 알고 우리나라 강신성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은 소말리아 탈출을 계획한다. 정부군과 반군이 뒤엉켜 싸우는 통에 언제 어디에서 총을 든 무장 세력이 나타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피난처를 잃은 북한 대사관 식구들과 함께 탈출 방법을 모색한다.
- 귀국 이후 실제 기사 (중앙일보, 1991.01.24.)
[출처: 중앙일보] “떼죽음 말자” 손잡은 남과 북/강신성대사가 밝힌 소말리아 탈출기
https://news.joins.com/article/2529889
지난주 동안 영화예술 연수를 받으면서 영화의 역사와 시나리오 쓰는 방법, 그리고 촬영과 편집을 배워서인지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세 번인가 재미있게 보았던 <엑시트>를 만든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나오면서 찾아보고 그의 감독으로서의 뛰어난 자질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극본을 감독이 직접 썼다는 것도 놀라웠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위해 콘티를 작성하고 많은 돈을 들여 낯선 모로코 땅에서 함께 고생하며 촬영했을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짙은 여운에 마음이 울컥울컥 했다.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동포애가 감동적이었다. 배우들 각자의 연기력도 정말 뛰어났는데 특히 김윤석 배우의 눈빛 연기는 예나 지금이나 압권이다. (영화 거북이와 추격자가 내가 꼽은 그의 최고의 작품) 중간에 잠시 나오는 조인성 배우의 태권도 발차기를 비롯한 동작들과 구교환 배우와의 액션신을 보며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태권도 4단의 유단자였다.
슬프기도 한 소말리아의 현실을 너무 잘 보여준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머나먼 지구의 한구석에 지금도 아비규환으로 고통받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영화를 통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게 된 것이 너무 좋고, 아프리카의 한 나라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의미 있다. 모가디슈를 배경으로 한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영화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