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찾은 거제도
남편 휴가에 맞춰 어디든 잠시 다녀오고 싶어 찾아보다 얼마 전에 읽은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라는 책 때문에 거제가 보고 싶어 숙소를 예약해 두었었다. 너무 멀어서 처음에는 생각지 못했다가 강원도는 세 시간 반 거제는 네 시간 반 걸리길래 한 시간만 더 가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걸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거제로 확정 짓고 숙소 비용도 미리 내면 할인이 되어 미리 완납했다. 그런데 연일 코로나가 인원이 더 느는 것을 보고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은 우리 차로 움직이고 사람 많은 곳은 절대 가지 않기로 하고 우리는 출발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 대학 시절 엠티 갔었던 몽돌해변과 이순신 장군의 옥포대첩 기념 공원, 옥포 조선소, 유치환 문학관, 포로수용소, 폐왕성, 구조라 해변, 해금강, 지심도 등인데 대부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일단은 남해 바다를 많이 보자. 저번에 밤에 내비게이션으로 걸리는 시간을 확인했을 때는 4시간 반이었는데 이번에는 5시간 반 거의 여섯 시간이 걸린다고 나왔다. 서울을 통과하는 데만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 이후는 막히는 곳이 없었고, 휴게소에서 잠시 점심 먹고 화장실 간 것 외에는 부지런히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5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환했다. 평점이 높고 가격이 저렴해 예약했던 숙소는 레지던스 호텔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외국인도 보이고, 깨끗한 곳이었다. 잘 몰랐는데 찾아보니 레지던스 호텔은 일반 호텔과 다르게 실내에서 취식이 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세탁기도, 벽에 붙은 작은 빨래 걸이도 있어 원룸 같았다. 소파도 있고, 무엇보다 책상이 있어 정말 좋았다. 싸 온 일고여덟 권의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있을진 모르지만 책상을 보는 순간 너무 반가웠다.
숙소를 나와 조금 걸어가니 바로 바다였다. 우리가 묵을 곳이 옥포항이었던 것이다. 예약할 때는 느낌이 없었는데 와 보니 실감이 났다. 숙소 찾을 때 막 퇴근 중인 조선소 직원 분들이 보여 뭔가 새로운 기분이었다. 여행할 때 그곳 주민들의 생활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즐겁다.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붉은 배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닮은 작은 구조물, 그리고 바다와 하늘을 계속 찍었다. 임진왜란 해전 첫 승전지라는 큰 돌로 된 비석도 보였다. 바다를 따라 산책로 같은 게 보여서 그쪽으로 걸어갔다. 입구에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그 지점에서부터 김영삼 대통령 생가까지 8.3킬로미터의 산책로였다. 옥포대첩 기념관과 덕포 해수욕장을 지나는 길이었다. 나무로 길을 잘 만들어 놓아 왼쪽은 바로 산, 오른쪽은 바다여서 멋진 산책 코스라고 생각하며 걸어 들어갔다. 끝까지 가기엔 곧 어둠이 내릴 것이고, 슬리퍼 차림이어서 3코스 중 1 코스만 걷다가 나왔다. 간간이 외국인과 부부 몇 쌍이 지나갔고, 튀어나온 부분마다 있는 정자에는 동네 분들이 경상도 사투리로 환담을 나누고 계셔서 정겨웠다.
해변이 몽돌해변처럼 자갈이 많았다. 이쪽이 그런 곳이 많은가 보다. 돌아오는 길에 어스름이 내렸다.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저녁을 먹으러 횟집으로 갔다. 바다니까 회를 먹어야 한다는 남편을 위해 이번에도 검색으로 평점이 높은 곳으로 갔는데 음식 맛도 좋고, 너무 친절하셔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물통에 씌어 있는 ‘어린 물고기는 바다의 미래 자원’이라는 거제시의 글귀가 감동적이었다. 처음 도착해 바다를 보러 갔을 때 낚시하시는 분들을 여럿 보았는데 그중 한 분이 팔뚝만 한 숭어같이 생긴 생선을 잡았다 다시 놓아주었던 게 떠올랐다. 바닷가 분들에게 바다는 숭고함의 대상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