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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Feb 10. 2021

책을 태우다니

화씨 451 (레이 브레드버리)

  한국전쟁이 끝날 즈음 쓰인 이 작품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조지 오웰의 <1984>에 비견되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빛나는 책이다. 쌍방향 벽걸이 평면 TV, 휴대용 TV, 개의 형상을 한 로봇 등 첨단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행복하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자유롭게 사색할 수 있는 책이 금지된 까닭이다. 제목 `화씨 451도`는 232.8도정도로 책이 불에 타는 온도를 뜻한다.


  한때 책이 세상에 가득했던 적이 있었다는 걸 나이가 많은 사람들만 기억할 뿐, 소방수(여기서는 방화수-영어로는 같은 fireman)는 불을 끄는 것이 아닌 책을 불태우는 사람들이다. 화재의 위험이 사라진 미래의 집은 더 이상 원래 의미의 소방수가 필요 없었고, 사람들의 생각을 갉아먹는다고 여긴 책들을 불태우기 위해 방화수들은 등유를 들고 범죄의 현장을 찾아간다.


  10년째 방화수 일을 하고 있는 몬태그는 어느 날 클라리세 매클런이라는 소녀를 만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의문을 갖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다복해 보이는 그녀를 보며 세계관이 흔들린 것이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사건, 책과 함께 불에 타는 한 부인의 죽음을 보고 그는 오히려 책에 강하게 끌리게 된다. 이후에야 보이는 책을 읽고 외우는 사람들. 그는 과연 책이 금지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마음을 졸이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스토리도 멋지지만 문장들이 정말 마음에 들어 원서를 필사 중이다. 한 달 정도 틈 날 때마다 매일 조금씩 쓰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이 친구 같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독자들의 요구에도 젊은 날의 저작을 고수했다는 저자의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책보다 재미있게 여기는 것들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책을 멀리했을 때 인간미와 행복도 점점 멀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듯하다.



* 목소리 리뷰

https://m.podty.me/episode/1503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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