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크홀
싱크홀. 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었을 때 미국 플로리다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검색을 해 보니 실제 싱크홀도 영화에서처럼 뻥 뚫려 깊이를 알 수 없는 곳들이 많이 있었다. 서울에서만 짧은 기간에 대형 땅 꺼짐 현상이 10차례가 넘게 발생했다고 한다. 석회암 지대에서 발생한다는 싱크홀은 지하수 등으로 자연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인공물, 예를 들면 수도관 누수로 인해 도로가 함몰되기도 한다고 나와 있었다.(나무 위키) 혹은 도로가 갑자기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아찔하다. 지질학 연구하시는 분들이 땅 속 모양을 탐지해 싱크홀이 생길 우려가 있는 곳을 미리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차승원, 이광수 배우를 좋아해 관객이 적은 조조영화를 보고 왔다. 월급을 모아 서울에서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박동원(김성균)의 내 집 마련 장면부터 불안했다. 겉으로 멀쩡한 신축빌라에 입주한 그는 아들의 구슬로 살짝 기울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이사 첫날부터 묘하게 부딪치는 정만수(차승원)의 대놓고 웃기는 차승원의 연기는 익히 <이장과 군수>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가 등장할 때마다 혼자 엄청 웃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배우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가 연기하는 만수는 멀쩡한 사진관을 가지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밤에는 대리운전까지 하지만 월세 내느라 아들 학원비 대기도 빠듯한 생활을 한다. 다소 과장된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김재화 님의 호탕함과 차승원 님의 사춘기 아들에게 쩔쩔매는 모습, 허름한 운동복, 유리를 비닐로 붙이는 장면과 같은 개그 코드가 나는 좋았다.
싱크홀에 건물이 통째로 고스란히 빠지면 그래도 사람이 살아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깊이가 너무 깊은 게 문제였다. 119 구조대도 어쩌지 못하는 땅 속 깊은 곳에서의 시간은 이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사랑이 싹트기도 하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하기도 한다. 땅 속에 빠져있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영화, 어설픈 면도 있지만 많은 제작비를 들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박동원을 비롯해 집이 땅속으로 사라진 사람들이 보상은 받았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요즘 내 집 장만한 사람에게 닥친 불행이 남 일 같지 않아서일까? 그리고 트레일러 집에서 사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아이 키우기에는 불편한 것도 많을 텐데 젊은이들이 차곡차곡 모아 스스로 내 집을 갖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