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D.*P.>
며칠 전 이 드라마를 보던 아들이 나에게 재미있다고 꼭 보라고 했다. 원래 드라마를 즐기지 않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짧은 시리즈들은 가끔 본다. <스위트 홈>이나 <킹덤> 시리즈도 재미있었지만 이 드라마는 6회로 짧기까지 하다고 해서 지난 토요일에 두 편, 일요일 아침에 두 편, 저녁에 두 편 아끼며 보느라고 했는데도 주말 동안 모두 보았다. 드라마라기보다 조금 긴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쁜 말이나 가혹 행위가 좀 많이 나오긴 하지만 군대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에게는 너무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어렸을 때 꿈 중 하나가 여군이었는데 그걸 못 해서 그런 것인지 나에게는 항상 군대에 대한 동경심 같은 게 있었는데 이 드라마를 보니 실제는 너무 답답하고, 선택의 여지없는 많이 힘들고 불편한 곳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트로 부분에서 두 아들을 훈련소 보내던 생각이 나 이미 제대하고 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미어지면서 눈물이 났다.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 본다면 그때 생각 많이 날 것 같다. 다행히 아들이 지금은 드라마 속에 있는 가혹행위를 할 경우 큰 일 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아들이 있던 곳의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정말 요즘은 실제로 그런 일이 없는지 모르겠다. 예전처럼 선임과 함께 내무반을 쓰지 않고 동기들끼리 지낸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 같다.
과격한 아버지와 기 못 펴는 어머니, 그리고 천방지축 여동생을 떠나 훌쩍 입대한 안준호(정해인)는 헌병이 되어 우연히 D.P.(Deserter Pursuit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가 된다.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첫 임무 날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겪게 되고, 이후 사력을 다해 이탈한 군인들을 찾아다닌다. 선임 상병 한호열(구교환)이 합류하면서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탈영병들을 쫓는 장면들은 스릴도 주지만 엉뚱한 웃음과 진한 감동도 선물한다. 싱크홀에서 재미와 뭉클함을 주었던 김성균 님의 역할도 정말 멋있다. 솔직히 이번 드라마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다. 사명감 투철한 듬직한 부사관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가 몇 년 전 재미있어 여러 번 보았던 영화 <뺑반>의 감독이라는 것을 뒤에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연출과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는 부대 내부와 사회의 부조리함을 코믹하고도 감동적으로 잘 버무려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다. 지금은 없다고 믿고 싶고, 앞으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군대 내 가혹 행위, 그리고 수많은 나쁜 말들이 마음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