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태생적으로 중국을 그다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은 나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다. 마블인데 중국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다는 날 아들이 보고 와서는 너무 재미있다고 해 솔깃하긴 했지만 막내가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하지 않았으면 안 봤을 것이었다. 너무 기대를 하지 않아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무술 장면이 많아 생각보다 재미있게 보고 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문화를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삼키려 드는 대륙의 야망은 천 년을 살았던 텐 링즈의 주인공 샹치의 아버지와 닮았다. 모든 것을 가지고도 더 갖고 싶어 하던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달라지려 했지만 아내를 잃은 후 아들을 킬러로 훈련시켜 아들에게 아내의 복수를 맡긴다. 어머니의 성품을 닮은 샹치는 그런 무자비한 아버지를 피해 이름을 바꾸고 전혀 다른 삶을 살며 조용히 지낸다. 그러던 중 마카오에 있는 동생의 엽서를 받고, 어머니가 남긴 목걸이를 뺏기면서 아버지와의 재회를 예감한다. 어머니의 고향 마을 탈로에서 들려오는 죽은 어머니의 목소리에 홀린 아버지가 그 마을 동굴 문 뒤에 숨겨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마을을 태워버릴 결심을 했다는 걸 알게 된 샹치와 여동생은 탈로에 먼저 가서 아버지의 공격에 대비한다.
타이완의 독립을 옹호했다는 환갑의 홍콩 배우 양조위의 연기가 탁월했고, 평범해 보여서 오히려 좋았던 시무 리우의 오랜 시간 훈련했다는 액션도 멋졌다. 쥬만지에서 혹시 한국인인가 했던 아콰피나의 코믹 연기도 귀여웠으나 샹치의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라는 대사나 아버지와 싸우는 등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다. 중국 색체가 강하긴 했지만 무술을 연마하고, 용이 등장하는 화려한 영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긴 했다. 호불호가 나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