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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Sep 06. 2021

창작과 독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찰스 부코스키)

  유튜브를 보다가 찰스 부코스키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 소설가가 작가가 되는 것에 영감을 주었다는 사람이다. 노년에 유명해졌기 때문에 노인의 얼굴만 책의 표지를 장식한다는 독특한 작가라 했다. 도서관에 찾아보니 즐겨 가는 곳에는 읽고 싶었던 <우체국>이라는 소설은 없고, 다른 소설과 시집들이 있어 우선 빌려왔다. 소설 <우체국>은 구입을 할까 했더니 절판되어 헌책이 2만 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일단은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곁에 두고 싶으면 그때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그의 시집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작가가 말년에 죽음을 앞두고 쓴 시집을 우리나라에서 펴내면서 <작가 수업>이라는 책과 이 책 두 권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시집이라고 하기에는 독특한 면이 있었다. 산문을 줄 바꿈만 한 느낌의 시들도 많았다. 시인은 책에 치나스키라는 가상의 작가를 등장시키는데 술과 여자, 경마에 빠진 가난한 사람이다.


  책 뒤 작가에 대해 쓴 글을 읽고 세상을 향해 독설을 내뿜는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군이었던 아버지는 독일인 어머니를 만나 함께 미국으로 왔으나 둘은 사이가 무척 나빴고, 아들에게 잔인했다. 부모에 대한 나쁜 기억만을 가진 그는 세상에서도 기를 펴지 못했고,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도 심했다고 한다. 글 쓰는 것을 싫어하는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온 후 온갖 고생을 하고, 우체국에서 12년간 근무하며 글을 쓴 그는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고 전업했다고 한다. 이 시집에는 그가 겪은 배고팠던 시절이 담겨 있다. 적나라한 묘사는 영화로 치면 청소년이 볼 수 없는 등급이다.


  불결하고 지저분하고 도덕적이지 않고 괴팍한 그의 시집을 왜 끝까지 읽었던 것일까? 원래 하나이던 두 편의 시집에 흐르는 창작에의 의지와 나와는 전혀 다르게 살다 간 사람의 생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사실 다른 시집에서 볼 수 없는 거침없는 시어들이 지루하지 않은 재미를 주기도 한다. 실제로 시인은 클래식을 사랑하고, 고양이를 기르며 두 번째 결혼했던 여성과 산페드로 교외로 이주해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고 하니 가난하고 외로운 시집 속 작가와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는 치나스키의 입을 빌어 거칠 것 없이 세상을 향해 마음껏 소리쳤을 것이다.


  두 권의 시집을 읽다 보니 <우체국>이라는 소설이 더 궁금해졌다. 다른 도서관에 있는 이 소설을 상호 대차로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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